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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땅에 명의만 빌려줬을땐 증여세부과 못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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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남의 재산에 명의를 빌려준 사람에게 높은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규정한 상속세법이 법원에 의해 잇달아 제동이 걸리고있다.
서울고법 제1특별부(재판장 김재철부장판사)는 5일 박상돈씨(48·서울중곡동163)가 서울 동부 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청구소송에서 『세무서는 박 씨에게 부과한 증여세 13억1천여만원을 취소하라』고 원고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상속세법상의 증여세 간주규정은 재산을 증여 받고도 명의신탁으로 위장하는 탈세행위를 방지하기위한 것이지 실제로 증여받지 않은 사람에게까지 높은 세금을 부과해 국민의 재산권을 국가가 부당하게 침해 할수있도록 하는 규정은 아니다』 라고 해석했다.
또 서울고법 제2특별부(재판장이영모부장판사)도 조종근씨(서울독산동1023)가 관악 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부과처분 취소청구소송에서 같은 이유로 『조씨에게 부과한 증여세 4백93만원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판결은 81년12월 재무부가 상속세법을 개정, 「실질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르면 국세기본법14조(실질과세 원칙)에도 불구하고 그 명의자가 등기를 한날에 증여 받은것으로 본다」 (32조2항)고 규정하고 단순히 명의만 빌려준 사람에게도 증여세를 부과토록 한데 대해 법원이 처음으로 제동을 걸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개정된 규정을 둘러싸고 증여세부과에 불복하는 소송은 명성 김철호씨(46)의 토지·주식에 대한 명의대여 자 23명이 낸 23억원짜리등 서울고법에만 20여건에 이르는등 시비가 잇달았다.
증여세는 증여액수의 67(2억원이상)∼7%(50만원미만)에다 세액의 20%에 해당하는 방위세가 덧붙여지는 고율 세금이다.
통일교 청평 수련소관리과장이던 박씨는 82년1월 교주 문선명씨의 지시로 통일교종합대학부지용으로 경기도 광주군 오포면 신현리 61만6천 평을 15억4천만 원에 사들여 자신의 명의로 등기했다가 83년8월 13억원의 증여세가 부과되자 소송을 냈었다.
박씨는 솟장에서 『언제든지 반환한다는 약정서를 쓰고 이름만 빌려주었으며 세금부과 전 교주 앞으로 다시 명의이전 했으므로 세금부과는 부당하다』고 주장했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재야법조계에서는 『우리나라는 인정상 마지못해 명의를 빌러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이를 감안, 현행법시행에 융통성을 촉구한뜻 있는판결』이라고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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