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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레저] 어물대다 겨울 다 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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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제주 대정 들녁의 수선화. 뒤로 산방산이 희미하다. 사진 제공=여행작가 양영훈

대한(大寒)이 일주일 뒤로 다가왔다. 대한을 전후해 강추위가 한바탕 기승을 부리고 나면 어느새 입춘(2월 4일)이 온다. 절기로 보면 겨울의 절정을 맛보며 여행할 수 있는 시간도 20여 일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겨울철의 여행 테마가 눈꽃과 얼음만은 아닐 게다. 아기단풍으로 유명한 전남 장성 백양사는 겨울 산사로도 운치가 있다. 경북 문경 영남대로의 눈길도 근사하다. 보령의 장은포구나 오천항 같은 서해안의 포구는 겨울 입맛을 즐겁게 한다. 고창 구시포해수욕장에서 해수 찜질을 하면 온몸이 노곤해진다. 등대가 아름다운 포항 호미곶에선 과메기가 쫀득쫀득해지며 맛을 더하고 있을 게다. 잘 찾아보면 제법 다양하다. 베테랑 여행작가들이 추천하는 '이맘때 가볼 만한 겨울 여행지' 세 곳을 골라 봤다.

성시윤 기자

*** 남제주 대정 : 하얀 수선화 푸른 들녘

동백보다 앞서 피는 겨울꽃이 있으니 수선화다. 수선화라면 단연 제주가 떠오른다. 최근 '1년 52주 고민 없이 떠나는 똑똑한 여행책'을 펴낸 여행작가 양영훈씨가 '1월 셋째 주 여행지'로 꼽은 곳이 제주도 남제주군의 대정 들녘이다.

수선화의 매력 중 하나는 군락을 이루지 않고 조붓하게 몇 송이 정도가 어깨를 맞대고 핀다는 점이다.

그리스 신화 속에서 물에 비친 자기의 아름다움에 도취해 물에 빠져 죽은 나르시스. 그가 죽은 자리에서 핀 꽃이 수선화였다. 그러니 '군계일학' 수선화가 무리를 이룰 수 없는 이유란 자명한 것이다.

제주 유배 중 수선화와 사귀었던 추사 김정희는 '희게 퍼진 구름 같고 새로 내린 봄눈 같다'고 하였던가. 대정 들녘 중 수선화를 쉬 볼 수 있는 곳은 대정항교와 산방산 사이의 밭둑, 송악산~사계리 해안도로변, 대정읍 상모리 알뜨르 비행장터라 한다. 송악산~사계리 해안은 제주도에서 운치 있는 도로 중 하나이고, 알뜨르 비행장은 일제시대에 지어진 것으로 격납고 잔해 등이 남아 있다. 남제주군청 관광진흥과 064-730-1720.

*** 참숯 가마 : 동네 찜질방에 비하랴

맹추위 속에서 맞닥뜨리는 뜨거움이란 얼마나 강렬한가.

'살아 생전 꼭 가봐야 할 우리 땅'을 쓴 여행작가 이두영씨는 강원도 횡성의 참숯 마을에 대해 "산골 겨울 색깔은 무채색이며, 연기와 재로 거무튀튀하지만, 따사로움이 넘친다"고 소개한다. 강원도 횡성 '강원참숯'(033-342-4508) 은 가마별로 닷새간 불을 땐 뒤 하루 동안 숯을 꺼내고 그 다음날 하루 동안 찜질방으로 활용한다. 동네 찜질방에 비해 편의 시설은 뒤지겠으나, 그 따뜻함이 떨어질까.

경기도 여주 참숯마을(031-886-1119.www.ygcharmsoot.com)은 지난해 11월에 생겼다. 시설이 깔끔하고 주차도 쉽다는 게 장점이다. 경원참숯(033-342-0413), 원주의 신림참숯(033-763-9070), 충북 제천 백운참숯(043-651-1265) 등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 북부 동해안 : 황태 한 점, 막국수 한 사발

겨울철 별미는 강원도 북부에 모여 있다. 지금 강원도에선 겨울 바람과 햇살을 받으며 황태가 녹았다 얼었다를 되풀이한다. '친절한 여행책'을 쓴 여행플래너 최정규씨는 그의 책에서 겨울 여행지로 동해안 북부를 추천한다.

강릉.양양.속초.인제 등지를 무대로 해서 그가 추천하는 1박2일 일정에 등장하는 음식은 이채롭다. 첫날, 양양 실로암 막국수(033-671-5547)→오색약수 오색식당(033-672-7461)→둘째 날 설악 김영애 할머니 순두부(033-635-9520) →속초 노적봉 한정식(033-636-2555)→인제 용대리 용바위식당(033-462-4079) 등이다. 이들 식당을 다 돌다 보면 1박2일 간 부지런히 발품을 판 것도 고생스럽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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