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핵심 “비박계 당 나가주면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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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17일 의결정족수 미달이라는 황당한 이유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와 ‘김용태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데 실패했다. 집권당이 리더십이 없는 ‘시계 제로’의 혼란에 빠진 가운데 주류인 친박근혜계에서는 “이제 비박계와 갈라설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친박, 조직적 전국위 보이콧
비대위·혁신위 출범 저지
김용태 “민주주의 사망” 사퇴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잇따라 열고 ▶비대위원장 선출 ▶혁신위 권한 강화를 위한 당헌·당규 개정안 등을 의결하려 했다. 하지만 정족수(상임전국위는 52명 중 27명, 전국위는 865명 중 433명)를 채우지 못해 해산됐다. 비대위원장으론 정진석 원내대표가, 혁신위원장으론 김용태 의원이 내정된 상태였다.

위원회가 무산된 뒤 김 의원은 혁신위원장직 사퇴를 선언했다. 그는 “오늘(17일) 새누리당에서 정당민주주의는 죽었다”며 “하지만 국민에게 무릎 꿇을지언정 그들(친박계)에게 무릎을 꿇을 순 없다”고 밝혔다.

당내에선 ‘친박계의 조직적 불참설’이 제기됐다. 정 원내대표가 비박계 중심으로 비대위와 혁신위를 구성한 데 반발한 친박계가 보이콧을 했다는 것이다. 이혜훈 비대위원 내정자는 기자들에게 “어젯밤(16일) 친박계 핵심 의원 5명이 (불참을 권유하는) 전화를 조직적으로 돌렸다”고 주장했다. 이날 상임전국위에는 16명만 참석했다. 불참한 37명 중에는 홍문종·조원진·김기선 의원 등 친박계가 많았다.

친박계는 조직적 불참설을 부인했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친박 핵심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갈라서게 되면 갈라서는 것이다. 비박계가 당을 나가주면 더 좋다. 하나도 안 무섭다”고 말했다.

남궁욱·김경희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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