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졌던 회교도 인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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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7일간의 억류생황 끝에 풀려나온 인질들을 미국은 환호로 맞아 들였다. 주요 신문들은1 면 통단 제목으로 인질들의 귀환을 알렸고 TV들은 인질가족들이 샴페인을 터뜨리며 이를 축하하는 모습을 전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축하무드는 17개월째 행방을 모르는채 레바논의 베카계곡 어디엔 가에 아직도 억류되어 있는 7명의 미국인질들에 대한 배려로해서 활짝 펴지지는 않고 있다. 인질들의 고통을 상징하기 위해 여자들이 머리에 꽂은 노랑색 리번도 아직은 풀때가 아니라고 나머지 인질 가족들은 호소하고 있다.
미국 안에는 이번 사건에 대한 보복론도 상당히 높아가고 있지만 역시 나머지 인질에 대한 배려로 『참아야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 같다.
「레이건」대통령은 인질을 맞으면서 테러범들에 대한 『반격』을 경고했고 「슐츠」국무장관도 보복이 있을 것이라고 암시했다. 그러나 그런 공식발언도 당장 어떤 행동을 취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어느 평자가 지적했듯이 『설날의 맹세』 같은 것이다. 또 그런 일이 있으면 가만 두지 않겠다고 벼르는 식이다.
뉴욕 타임즈지는 사설에서 이번 인질사건은 실질적으로는 포로교환 형식을 취했으면서도 외견상으로는 모두들 테러범들과 흥정을 하지 않았다고 체면을 지킬 수 있게끔 해결되었다고 지적했다.
이 사설은 그것을 『우아한 거짓말』 이라고 지칭했다. 외교적 수사를 동원해서 좋은 결과를 가져왔으니 거짓말이라도 상찬할만 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일구이언으로는 쉽게 해소 시킬 수 없는 냉혹한 「현실」이 이번 인질석방에도 불구하고 계속 남아 있다고 이 사설은 불길한 예언을 하고 있다. 그것은 세계 곳곳에서 횡행하고 있는 테러행위의 근본적 문제를 뜻하는 것이다.
특히 중동의 테러문제는 마치 양파처럼 여러 층의 현실이 복합되어 있어서 단순한 시각으로 보아서는 안된다고 조심시키는 전문가도 간혹 있다.
워싱턴포스트지의 논객「필립·게일린」은 시아파 테러분자들이 미국인 인질을 잡아갔기 때문에 온 시선이 그리로 쓸렸지만 이 테러분자들이 석방을 요구한, 이스라엘에 억류된 레바논인들도 인질이기는 매한가지가 아니냐고 거론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점령을 풀면서 레바논 남부지방에 살던 젊은 남자 1천여명을 임의로 끌고 갔다. 미국정부도 이 처사가 제네바 협정을 위반한 행위였다고 공언했었다.
그렇다고 시아파의 납치와 인질살해행위가 용서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런 극적인 폭력사태가 없이는 한나라가 남의 나라 시민 1천명을 인질로 잡아간 행위가 세계의 이목에 잡히지 않게 되어 있는 서구 위주의 국제언론 상황도 중동문제를 둘러싼 여러 겹의 양파의 한 껍질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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