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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배 건설부장관에게 듣는다|"그린벨트 해제 말도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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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민들은 주택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아파트를 지어놓아도 안팔려 고전하고 있으며 해외건설업계는 재정비의 고비를 맞아 진통을 겪고있다. 우리경제사정에서 볼 때 대도시 재개발에 대한 완급의 문제가 논란의 대상이더니 최근에는 도로의 시멘트포장문제가 화제거리로 등장했다. 본사 김경철 경제부장이 김성배 건설부장관을 만나 건설행정의 현안을 들어보았다.<편집자주>
▲김부장=요즈음도 도처에서 경기가 안좋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건설경기는 어떻습니까.
▲김장관=건설물량은 전체적으로 연4∼5%로 꾸준히 신장하는 추세입니다. 문제는 해외시장인데 국내·국외의 비중이 4대6으로 해외시장이 큽니다.
해외시장이 급속히 팽창하다보니 우리 업계가 해외시장에 체중을 실어도 너무 실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경기·불경기를 논하기 전에 중요한 것은 어떻게 감량을 해 옷에 맞게 몸을 맞추느냐는 것이고 정부도 그렇게 노력하고 있읍니다.
▲김부장=국내 건설경기는 선거도 있고 해서 앞당겨 정부공사를 발주하고 도심재개발사업 등으로 그런대로 이끌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장관=올림픽 개최가 새로운 건설시장을 제공했고 한강개발사업 등은 전부터 추진해온 계획입니다. 또 지방에서도 도시화가 진행됨으로써 건설수요가 커지고 있읍니다. 특별히 공공토목공사를 일으킨다든가 의도적으로 일감을 마련하지 안아도 자연스럽게 시장이 증대되는 것으로 보시면 됩니다.
▲김부장=주택문제로 넘어가 보지요. 매년 정부는 주택건설목표를 세웁니다만 제대로 목표를 달성했다는 이야기를 못 들었는데요.
▲김장관=올해도 공공부문에서 15만호, 민간부문에서 18만호 등 모두 33만호의 주택을 지을 계획입니다만 사실 양쪽에 다 만족스러운 정책을 끌고가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힘든일 입니다.
집을 짓되 가장 필요한 서민층에 돌아가게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임대주택도 올해는 2만1천호, 내년에는 3만호로 늘릴 계획입니다. 그러나 주택구매력을 부추기고 임대주택을 확대 공급하는 문제가 결국 돈 문제로 연결되니 건설부 힘만으로는 안되는 일입니다.
▲김부장=주택보급률이 낮은 현실에서 민간주택건설 확대도 신경을 많이 써야되지 않겠습니까. 민간부문 주택공급을 늘리려면 어떤 유인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처럼 아파트를 지어도 인기아파트를 제외하고는 안팔리는 현실에서 아파트를 많이 짓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지요.
▲김장관=집값을 올려줘 가면서 주택건설목표를 달성하자면 방법이야 없겠습니까. 집을 많이 짓더라도 값이 비싸 사람들이 살수 없다면「그림의 떡」격이 돼버리지요. 또 건축자재 값과 품삯도 지금의 주택분양가선에서 몇년동안 잘 유지되어왔는데 이제 흔들어 놓으면 곤란합니다.
▲김부장=채권입찰제도 결국 집값만 올려 놓은 것 아닙니까.
▲김장관=70년대 말에 경험했듯이 우리사회에서 투기자금이란 내버려두면 무한정 확대 재생산을 합니다. 이 투기성 웃돈을 공공기관이 관리하자는 것이 채권입찰제의 목적이고 그동안 관리를 적절히 해온 결과 부동산 투기가 많이 가라앉았읍니다.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책은 된다고 이해해주십시오.
▲김부장=지금은 부동산 투기가 상당히 가라앉았는데도 계속 시행하겠다는 것입니까.
▲김장관=현재도 채권입찰제를 중단하면 웃돈거래는 여전할겁니다. 다시말해 분양가와 채권이 붙는 실 거래가의 차액만큼은 투기성 웃돈으로 봐야지요. 주택 실거래 가격과 원래분양가의 차가 20∼30%미만으로 좁혀져 부동산가격이 안정되면 없앨 생각입니다만 당분간은 더 두고 살펴야 하겠읍니다.
▲김부장=해외건설이 안 좋아 이미 위탁관리로 넘어간 업체들도 있고, 앞으로도 이런 부실업체가 계속 더 나올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김장관=해외에서 손해를 본 부실건설업체가 상당수 있는 것은 사실이나 해외건설업계 전체를 한 덩어리로 놓고 부실로 보는데는 불만입니다. 지금도 수주활동을 잘하는 건실한 업체도 많거든요.
어쨌든 현재로는 해외건설시장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업체가 나가있는 점이 문제라서 시장에 맞게 빨리 정리하는 방향으로 시책을 펴고 있습니다. 대신 능력있는 업체는 발주국의 자금사정이 나쁘니까 연불자금 등 금융지원을 늘려 강력히 밀어줄 방침입니다.
▲김부장=모범생만 남겨 정예화 시키자는 것이군요. 일반 수출도 마찬가지지만, 해외건설도 덤핑 때문에 화를 자초한 것은 깊이 반성해야 된다고 봅니다.
▲김장관=그래서 지난해 해외건설종합대책을 마련하면서 중점을 둔 것 중 하나가 과당경쟁 방지책입니다. 사전수주심사를 입찰과 계약단계에서 두차례 실시, 제대로가 아니면 도급허가를 안내줍니다.
▲김부장=해외건설 축소로 남는 인력과 장비가 상당수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유휴장비 반입을 놓고 해외건설업체와 국내건설업체·중장비 생산업체 사이에 한차례 마찰도 빚지 않았읍니까.
▲김장관=우려되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유휴장비를 해외에서 처분할 경우 연불금융을 지원해 주도록 했고 대형장비가 많아 국내에서 사용키 위해 들여올 수 있는 장비는 제한돼 있읍니다.
건설기능인력도 현재까지는 남는 인력이 서서히 나누어 돌아오고 있어 별 문제는 없으나 앞으로도 주의깊게 대처할 생각입니다.
▲김부장=도로포장방법을 놓고 요즈음 화제가 분분합니다. 지금까지 아스팔트에서 왜 갑자기 시멘트콘크리트 포장으로 바꿨는지 의혹으로까지 보는 눈도 있는데….
▲김장관=또 그 말씀입니까(웃음). 도로포장이란 나라마다 기후여건·석유생산여부·시멘트산업비중·도로포장기술 등에 따라 선택의 여지가 달라집니다. 즉 어느쪽이 좋으냐는 절대 우위성은 없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우리의 경우 급격히 차량이 증가하면서 선진국처럼 중차량 통행이 늘었고 또 70년대까지만 해도 30%수준이던 도로 포장률이 작년에는46%까지 크게 높아졌읍니다.
다시말해 도로포장의 수요가 늘고 그만큼 튼튼한 도로건설이 필요해진 것입니다.「갑자기」라고 강조하셨지만, 이런 상황변화를 고려해 이미 지난80년에 연구기관에 용역을 줘 콘크리트 포장에 대한 경제성 연구를 시켰고, 그동안 외국에 기술진을 보내 여러차례 검토도 해왔읍니다.
▲김부장=시멘트포장과 아스팔트포장의 경제성 비교가 어떻게 나왔읍니까.
▲김장관=시멘트는 포장두께를 최소 20㎝ 이상은 해야하나 아스팔트는 차량통행이 적은 도로는 5㎝두께로도 충분해 아스팔트 쪽의 값이 쌉니다. 도시 내 도로처럼 전기·상하수도 공사라 해서 자주 파헤치는 경우, 콘그리트 포장은 단점이 많아 고려를 않고 있읍니다.
▲김부장=88올림픽 고속도로가 준공1년도 안돼 보수가 잦다는 것을 보면 졸속공사는 여전한 것 같습니다.
▲김장관=얼마전 현지를 다녀왔읍니다만 알려진 대로 그렇게 보수가 잦은 것은 아닙니다.다만 아스팔트 포장과 달리 콘크리트는 기초부터 철저한 품질관리가 필요하고 시공이 까다로운데 아직 경험이 짧아 개선여지는 많습니다. 건물이나 도로를 불문하고 앞으로 품질과 시공감리는 절대적이어서 대폭 강화하는 법령개정을 추진중입니다.
▲김부장=요즈음 보면 도심 재개발로 빌딩은 쑥쑥 솟는데 텅텅비어 큰 일입니다. 도심재개발사업은 투자우선순위도 문제지만 대도시 인구분산정책과는 정반대 되는 것 아닙니까.
▲김장관=인구를 불러들이지 않느냐는 지적이지만 급격히 도시팽창이 이뤄지면서 제대로의 도시기능이 갖춰지지 않은게 우리의 대도시입니다.
도심 재개발사업도 이런 각도에서 오래된 건물을 정리해 녹지도 마련하고 지하이용을 늘리는 등 공간활용을 잘해 도시기능을 능률화시켜주자는 목적입니다.
▲김부장=지난 총선을 전후해 그린벨트를 해제한다는 소문도 무성했습니다. 요즈음은 녹지가 용도변경을 노려 새로운 투기대상이 된다고도 들립니다.
▲김장관=결코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일은 없다고 단언합니다. 다만 경계선이 주택한가운데를 관통하는 경우 등 아주 불합리한 부분은 불편을 덜어주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읍니다. 자연녹지도 물론, 각 도시형편에 따라 결정될 일이나 녹지가 모자라는 실정에 자연녹지를 택지로 전환하는 일은 자제해야 하리라고 봅니다.
▲김부장=토지거래신고제가 실시돼 땅값안정에 기여한 것은 인정합니다. 앞으로도 투기조짐이 보이면 신고제를 어느 지역이든 확대할 예정입니까.
▲김장관=국토이용관리법상 법의 기본정신이 투기억제에 있는 만큼 투기가 일면 신고· 허가제를 확대 실시할 방침입니다.
이를위해 전국적으로 기준지가고시를 내년까지는 마칠 계획입니다.<정리=장성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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