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라이프 트렌드] 로봇 '다빈치' 각종 수술 척척…회복기간 짧고 흉터 작아 인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7면

기사 이미지

분당차병원 로봇수술센터장인 김종우 교수는 “배꼽의 작은 구멍을 통한 ‘단일공 수술법’은 상처가 거의 안 보여 여성들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장석준

얼마 전 주부 김경은(34)씨는 로봇수술로 난소의 혹을 뗐다. 처음엔 ‘기계’를 믿을 수 없어 망설였지만 성공적인 수술 후 회복도 빠르고 상처도 작아 매우 만족했다. 2005년 한국에서 첫 로봇수술이 시행된 후 비뇨기과·산부인과 질환은 물론 대장암·직장암·위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 수술이 활용되고 있다.

차병원·차움과 함께하는 건강관리

최근 로봇수술 500례를 달성한 분당차병원 김종우 로봇수술센터장을 만나 로봇수술의 장단점, 주의사항, 적용 분야 등을 알아봤다.

2005년 이상한 모양의 팔이 네 개 달린 수술 로봇 다빈치가 국내에 처음 소개됐을 때만 해도 “로봇 팔이 의사 손만큼 정교할까” “기계가 고장날 수도 있지 않나”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환자가 많았다.

11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여전히 일부 환자는 ‘로봇수술’이라는 말에 멈칫하지만 외과 의사이자 분당차병원의 로봇수술센터장인 김종우 교수는 “이제 로봇수술은 개복·복강경과 함께 주요 수술법의 한 가지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지금은 레지던트, 펠로들도 수련 중 세 가지 수술법을 골고루 익힌다. 로봇수술은 복강경에 비해 기계 조작이 수월해 숙련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짧고 손 떨림도 없으며 수술 시간도 단축해 의사의 피로도가 월등히 낮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로봇은 팔을 자유자재로 회전시킬 수 있어 공간적 움직임이 쉽다. 높은 해상도로 이미지가 확대돼 훌륭한 수술 시야도 확보된다. 3D로 구현돼 실제 눈으로 보는 것처럼 거리감·깊이감도 느낄 수 있다. 김 교수는 “‘콘솔 박스’라 부르는 로봇 조작 공간에 얼굴을 파묻고 있으면 직접 보는 것처럼 생생하다”며 “하루에 두세 건 수술해도 체력적으로 거뜬하다”고 말했다. 편리성은 곧 효율성으로 이어진다. 그는 “직장암의 경우 골반이 좁고 직장이 항문에 가까우면 수술 시 조작이 힘든데 로봇을 이용하면 편하게 수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에겐 로봇수술 후 회복기간이 짧고 수술 상처가 작다는 점 외에도 ‘내 몸을 맡겨야 하는 의사의 수술 환경’이 탁월하다는 게 큰 장점이다.

고해상도 3D 이미지 구현

개복수술이 아닌 만큼 단점도 있다. 그는 “복강경과 마찬가지로 이전 수술 경험으로 수술 부위 유착이 있는 경우 주의해야 한다”며 “미리 컴퓨터 사진 등을 참고하지만 정확한 유착 여부는 배꼽 주변으로 들어가는 모니터로 복강 내 상태를 직접 보면서 확인한다”고 말했다.

개복수술은 수술 부위는 크지만 상처는 하나다. 보통 복강경은 3~4군데, 로봇수술은 4~5군데를 뚫는다. 구멍마다 상처가 될 수 있다. 장을 뚫고 들어가 복막염을 일으키거나 탈장이 생기는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다. 그는 “그래서 구멍 하나를 뚫거나 수술 후 팔 하나를 뺄 때마다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이 있다”고 덧붙였다.

분당차병원에 다빈치 로봇이 들어온 건 2013년 11월이다. 약 2년 반 동안 500건을 소화했으니 로봇 팔에 한 달 20건 정도의 수술이 맡겨진 셈이다. 고장·오작동도 없었다. 김 교수는 “차병원에선 산부인과·부인암 분야 수술 실적이 가장 높다”고 전했다. 전체의 39%를 차지한다. 자궁근종·자궁적출·난소암 등이 그 대상이다. 전립선암·신장암·비뇨기교정술 등 비뇨기과 수술이 34%, 갑상샘암·담낭질환·위암·직장암 등 외과수술이 26% 정도다.

로봇수술은 특히 임신·출산을 앞두거나 계획하는 여성에게 매력적이다. 김 교수는 “근종 위치는 향후 임신 태반 위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특히 난소에 근종이 있는 경우 난소를 살려야 하므로 정교한 조작이 필요하고, 그런 면에서 복강경보다 로봇이 탁월하다”고 밝혔다. 최근엔 배꼽에 구멍 하나만 내어 수술하는 ‘단일공’ 수술 비율도 전체 로봇수술의 27%에 달해 여성에게 환영을 받고 있다.

수술비 건강보험 적용 안 돼

로봇수술의 가장 아쉬운 점으로 김 교수는 ‘금전적인 부분’을 꼽았다. 현재 로봇수술은 비보험이라 수술비가 개복수술의 3~4배. 수술 부위·목적에 따라 다르지만 700만~800만원부터 1000만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 대부분 실손보험을 이용하지만 비뇨기과는 실손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부담을 느끼는 환자도 많다.

김 교수는 “앞으로 로봇수술에 대한 보험 혜택 등이 뒤따른다면 환자도 많이 이용하게 되고 비싼 기계를 섣불리 들이지 못하던 병원들도 로봇수술에 대한 문을 활짝 열 것”이라며 “환자·의료진에게 모두 이익인 로봇수술의 기회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 의료진의 로봇수술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앞으로 로봇수술은 더 발전하고 더 많은 분야에도 응용될 것이라고 그는 전했다. 분당차병원은 김종우(외과) 로봇수술센터장과 함께 박동수(비뇨기과)·최성훈(외과)·박현(부인암센터)·차선희(산부인과) 교수가 활발히 로봇수술을 이끌고 있다. 흉부외과·비뇨기과에서도 시행 중이다.

윤혜연 기자 yoon.hyeye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