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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그릇이 멋을 품었다 음식 맛이 더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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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연두색이 상큼한 조화를 이루는 한국도자기의 식기류 신제품인 ‘라임’.

요즘 블로그와 SNS에선 직접 요리해 멋스럽게 차린 상을 찍은 사진이 경쟁적으로 올라온다. 정갈한 접시에 담아낸 먹음직스러운 음식 사진엔 ‘좋아요’ 버튼이 저절로 눌러진다. 평범한 집밥이 세련된 그릇을 만나 셰프가 만든 레스토랑 요리 못지않게 변신한다. 식탁분위기를 한껏 살려주는 올해 식기류 트렌드와 맛있는 음식을 더욱 맛깔스럽게 해줄 상차림 방법을 알아봤다.

개성 뽐내는 식기류

평소 지인과의 만남을 즐기는 주부 김진영(36)씨는 아이가 태어난 뒤 모임 장소를 집으로 옮겼다. 친한 사람을 초대해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예쁜 상차림이나 즐거운 모임 분위기를 SNS에 올린다. 그는 “정성껏 만든 음식을 대접하지만 손님들이 음식을 가져올 때도 있다”며 “음식이 평범할수록 그릇·컵·식탁보 등을 신경 쓴다”고 말했다.

인터넷과 SNS상에서 인기를 끄는 상차림 사진을 보면 요즘 유행하는 식기류를 파악할 수 있다. 음식과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깔끔한 디자인의 식기류와 음식을 돋보이게 하는 플레이팅(그릇에 음식을 담아내는 모양새)이 눈에 띈다. 세트 제품으로 식기를 통일했던 예전과 달리 그릇 색상은 흰색을 주로 사용하고, 파스텔 톤이나 독특한 디자인의 식기를 한두 개 섞어 다채롭게 연출한다.

세계음식문화연구원 양향자 이사장은 “여유 있는 삶을 추구하는 현대인은 단순히 식욕을 채우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보기 좋게, 아름답게 차려 자신만의 특별한 추억거리를 만들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심플 화이트, 로즈쿼츠, 마블
한국도자기가 최근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선정한 ‘2016 테이블웨어 트렌드’에 따르면 ‘심플 화이트’ ‘로즈쿼츠(연분홍)’ ‘마블(대리석 문양)’ 등이 올해 식탁을 장식할 키워드로 꼽혔다. 순백의 접시나 고운 도자기 재질로 만든 그릇은 어떤 음식을 담아도 잘 어우러진다. 심플한 흰색 그릇은 셰프처럼 근사한 플레이팅을 연출할 수 있다. ‘로즈쿼츠’는 색채 전문 기업인 팬톤이 선정한 올해 트렌드 컬러다. 마블 문양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세계적인 디자이너와 협업해 작품성과 희소성을 갖춘 식기류, 비정형적인 독특한 형태의 접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나무·돌·도자기 등 자연을 닮은 소재도 눈에 띈다. 요리하는 남성이 늘면서 남성스러움이 강조된 디자인의 식기도 많이 나온다.

소비자들이 직접 요리해 음식을 플레이팅하고 식탁을 꾸미기 시작하면서 개인의 감각과 취향을 살려주는 ‘테이블웨어’(식탁용 식기류)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지난 2월 증축·리뉴얼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생활전문관을 신설하고 ‘쿡숍’ 섹션에서 용도별로 편집된 주방용품과 스타일별 식기류를 내놓고 있다.

단순하면서도 개성 있는 식기를 선호하는 소비자 취향에 맞춘 제품도 나온다. 핀란드 그릇 브랜드 이딸라는 일본의 패션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와 협업한 제품을 내놨다. 이세이 미야케 특유의 주름 기법이 도기·화병·냅킨 등과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다.

한국도자기는 올봄 깔끔한 흰색 그릇 ‘더 셰프’ 라인을 선보였다.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디자인, 스테디셀러인 흰색 그릇이 요리를 돋보이게 해준다. 여름용 제품으로 시원하고 상큼한 느낌이 나는 흰색·라임색(연두색)을 섞은 상품을 내놓았다.

삼베 격자무늬 그린 도자기 그릇
단색 접시 위에 다양한 패턴 식기
과일 얹은 도마 같은 원목 쟁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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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접시와 컵을 로즈쿼츠 색상으로 포인트를 준 이딸라의 ‘이세이 미야케 컬렉션’.

영국 테이블웨어 브랜드 덴비는 올여름 신상품으로 심플한 화이트 컬러에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만든 ‘내추럴 캔버스’를 출시했다. ‘킨포크(Kinfolk)’ 스타일, 한식 등 다양한 상차림과 다른 디자인의 그릇과도 잘 어울린다. 도자 브랜드 광주요는 한국 전통직물인 ‘삼베’가 가지고 있는 격자 무늬를 도자기에 입힌 ‘한결’ 라인을 선보였다. 한국 전통의 우아함을 담아 공방 작가의 작품 같은 느낌을 준다.

봄·여름 식탁엔 원색 어울려
전문가들은 사용하고 있는 그릇 전체를 바꾸지 않더라도 색상·디자인·소품류만 적절히 조합해도 최신 트렌드를 살린 맛깔스러운 식탁을 완성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여러 가지 디자인의 제품을 섞는 ‘믹스 앤 매치’도 권한다. 기본적인 그릇은 흰색으로 갖추는 것이 좋다. 음식 본래의 색을 잘 드러내 음식을 돋보이게 해준다. 여기에 올해 유행 컬러인 로즈쿼츠 같은 파스텔 톤 색상을 곁들이면 된다. 잔잔한 무늬가 반복되는 그릇이나 일러스트가 들어간 그릇도 시각적인 재미를 주면서 특별한 식탁을 꾸며준다. 단색 접시 위에 무늬·패턴이 있는 그릇을 겹쳐 놓으면 입체감 있는 식탁을 연출할 수 있다. 메인 요리를 담는 그릇, 개인용 접시·컵 등의 디자인이나 색감을 강조하는 것이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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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감을 살린 색상 선택도 중요하다. 봄·여름에는 파스텔 톤이나 원색 그릇을 사용하면 화사하고 밝은 느낌을 준다. 가을·겨울철에는 차분한 톤의 식기로 따뜻한 분위기를 내면 좋다.

너무 화려해 눈에 확 띄는 그릇이나 많은 종류의 그릇을 섞는 것은 피해야 한다. 독특한 문양이나 튀는 컬러의 그릇을 여러 개 섞어 쓰면 음식은 돋보이지 않고 산만해 보일 수 있다.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식탁은 실용적인 소품으로 채우면 효과적이다. 색깔이 있는 유리컵이나 컵 받침은 센스 있는 상차림 연출을 도와준다. 앙증맞은 디자인의 양념통은 식탁 어디에 놓아도 인테리어 소품이 된다. 꽃송이나 나뭇가지를 잘라 유리컵에 꽂아 두거나 원목으로 된 도마형 쟁반에 과일만 올려놔도 요즘 유행하는 킨포크 스타일의 식탁이 완성된다. 한국도자기 디자인실 김소연 실장은 “커트러리(스푼·포크·나이프 세트), 테이블 매트, 냅킨과 같은 소품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좋다”며 “사용하는 식기류와 어울리는 소품 몇 가지만으로도 식탁이나 주방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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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비의 여름 그릇 신제품인 ‘내추럴 캔버스’와 ‘헤리티지’.

식탁 분위기 바꾸려면 그림·기하학 무늬 패브릭 겹쳐 놓으면 이색적
같은 음식, 밋밋한 반찬이 지루하다면 ‘패브릭’에 변화를 줘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패브릭은 의류·인테리어 전문가들 이 가공을 목적으로 구입하는 섬유 재료로, 일반인에겐 다소 낯선 아이템이다. 그루프로젝트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재영(36 여)실장은 “패브릭은 활용도가 높고 유행을 잘타지 않는다”며 “식탁 전체에 영향을 주므로 비싼 그릇 없이도 계절·손님에 따라 분위기를 쉽게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인테리어용 패브릭 분야는 유행이 빠르게 변하는 대신 브랜드마다 고유의 특징을 가진다. 꽃무늬 등 특이한 무늬로 유명한 브랜드는 매년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보다 컬러·배경으로 변화를 준다.

구입한 지 오래돼도 패션 아이템에 비해 낡은 느낌이 적다. 요즘은 추상적인 선·면을 이용한 프린트나 강한 느낌의 회화적 문양이 유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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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울 땐 어두운 컬러의 마 패브릭이나 대나무·라탄 소재 플레이스매트를 깔면 시원해 보인다.

그릇 그림·색깔에 맞는 천 골라야
이 실장은 패브릭을 처음 고를 때 ‘나만의 컬렉션’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골라야 활용이 수월하다고 말한다. 물고기 그림의 수저·그릇이 한두 가지 있다면 물고기나 바다 동물이 그려진 천을 골라 통일감을 준다. 사용이 애매했던 검은색 그릇이 두세 점 있다면 검은색이 살짝 들어간 패브릭을 고른다. 아이 친구들에겐 동물 모양·과감한 컬러, 부부 동반 술 모임엔 한국적 문양, 여자친구와 함께하는 자리엔 잔잔한 무늬를 추천한다. 한 테이블에 그림·원단 종류가 다른 두 가지 패브릭을 겹쳐도 색다르다. 이 실장은 “꽃·버섯·주전자 같은 구체적 무늬와 선·면으로 이뤄진 기하학적 무늬는 함께 겹쳐서 놓아도 컬러 톤만 맞으면 어색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패브릭은 1야드(90㎝) 혹은 1m 단위로 판매한다. 한국적 디자인의 모노 컬렉션이나 과감한 꽃무늬로 유명한 마리메코 같은 중·고가 브랜드는 야드당 5만원 이상, 이케아·동대문에선 1만~2만원 정도다. 120~140㎝인 4인 식탁 테이블을 다 덮으려면 2m, 여백을 두려면 1m만 구매해도 충분하다.

원단 한 가지로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 식탁 전체를 덮는 테이블보, 일부만 보이게 하는 테이블 러너로도 이용하고 의자에 걸치거나 완전히 덮은 후 뒤로 묶기도 한다. 벽 뒤에 걸어 근사한 인테리어 소품으로 쓸 수도 있다. 이 실장은 “패브릭을 구매한 뒤 오버로크·박음질 대신 지저분한 실밥만 잘라내고 끝부분은 자연스럽게 두라”고 조언한다. 완전히 가공하면 나중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개인용 플레이스매트, 냅킨이나 냄비 받침, 티 타월로도 상차림에 변화를 줄 수 있다. 리빙 편집숍 커먼키친, 교보문고 핫트렉스, H&M 홈 등에서 1만~2만원이면 다양한 재질과 패턴의 식탁용 장식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글=한진·윤혜연 기자 jinnylamp@joongang.co.kr,사진=프리랜서 박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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