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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겉은 예쁘게, 속은 튼튼하게…피부 건강 챙기는 메이크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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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메슈티컬 제품 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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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 성분이나 식물 추출물 등으로 만든 코스메슈티컬 제품. 1 프랑스 라로슈포제지방의 온천 성분이 들어있는 라로슈포제의 ‘유비데아 XL BB 크림’. 2·4 식물에서 뽑은 물질을 주요 원료로 한 미애부생명과학의 천연화장품 ‘시그니처 리뉴 베이직 스킨케어’. 3 퀴노아씨앗 추출물로 만든 키엘의 ‘퀴노아 아기피부 에센스’. 5 의약 원료인 EGF가 포함된 디엔컴퍼니의 ‘이지듀’ 자외선 차단제.

줄기세포 배양액 앰풀, 의약품 원료로 만든 자외선 차단제, 화상 치료제 성분을 사용한 마스크팩…. 화장품 업계가 의학에 빠졌다. 의약품 원료를 넣어 치료 기능이 있는 화장품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단순히 예뻐지기 위해 화장품을 바르지 않는다. 건강을 바르는 시대다.

피부 재생, 자외선 차단
의약품 효과 담은 화장품
제약사·의사도 속속 선봬

요즘 화장품 업계에서 ‘코스메슈티컬(cosmeceutical)’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미용과 치료 효과를 모두 볼 수 있다. 피부 재생, 주름 개선, 미백, 여드름 치료, 안티에이징, 자외선 차단 등의 기능이 있다. 사용 원료도 의약적으로 검증된 성분이 많다. 민감한 피부를 가진 소비자가 쓰기에 무리 없을 정도로 저자극 성분이 주로 사용된다.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인 칸타 월드패널에 따르면 2013년 598억원이었던 국내 코스메슈티컬 시장은 2014년 780억원, 지난해 999억원으로 늘었다. 2년 동안 67%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건강을 챙기려는 웰빙 트렌드와 함께 성분·내용물을 살펴보고 구매하는 똑똑한 소비자가 늘면서 화장품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말한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이 최근 낸 소비패턴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기능성 제품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화장품 시장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화장품을 살 때 인체에 무해한지, 건강관리에 도움이 되는지, 친환경적인지를 살펴보고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유명 브랜드나 화려한 용기 등 제품 겉만 보고 화장품을 골랐다면 요즘 화장품 성분이나 기능을 꼼꼼하게 따져 구매하는 성향이 강하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 김광석 수석연구원은 “화장품에 함유된 1%의 화학성분까지 본인 피부에 유해한지 따져가며 사용하려는 소비자가 늘었다”며 “전체 화장품 시장에서 기능성 화장품을 포함한 코스메슈티컬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학적 검증 거친 저자극 성분

치료 목적과 고유의 기능성을 내세운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화장품 업체는 물론 제약회사도 앞다퉈 코스메슈티컬 제품을 내놓고 있다. 뉴욕 코스메틱 브랜드 키엘은 퀴노아 씨앗에서 추출한 성분이 묵은 각질을 저자극으로 녹여내는 ‘퀴노아 아기피부 에센스’를 내놓았다.

국내 화장품 업계도 마찬가지. CNP차앤박 화장품은 피부 전문가와 자체 피부과학연구소의 연구 경험을 집약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피부 재생을 돕고 상처를 치료하는 데 좋은 마데카소사이드 성분이 들어 있는 ‘CNP 닥터레이 Dr.R2 리얼 마데카소사이드 크림’은 지난해 10월 출시 이후 25만 개나 팔렸다. 아모레퍼시픽은 2012년 의약 화장품 브랜드 ‘에스트라’를 선보였다. 메디컬 뷰티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지난해 3월 계열사인 태평양제약의 사명을 ‘에스트라’로 바꿨다.

대웅제약·일동제약·한미약품 등 제약사들은 의약 성분에 중점을 둔 제품을 잇따라 내놨다. 대웅제약의 관계사 디엔컴퍼니는 피부장벽을 강화해 주는 의약품 원료인 ‘EGF’ 성분이 포함된 ‘이지듀’ 라인을 내놓았다. 열과 빛으로 손상된 피부 재생을 돕는다.

바이오회사 셀트리온은 지난해 말 BB크림으로 유명한 ‘한스킨’을 인수하면서 코스메슈티컬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의사들도 가세했다. 서울대 출신의 리더스피부과 의사들은 ‘리더스코스메틱’을, 고운세상 피부과 의사들은 ‘고운세상코스메틱’을 각각 내놨다.

천연 원료로 만든 화장품 인기

화학 성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자연에서 유래한 성분으로 만든 화장품도 주목 받고 있다. 미애부생명과학은 식물 성분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천연화장품을 선보이고 있다. 화장품에는 보통 변질 등을 이유로 유해한 합성 화학 성분인 파라벤과 같은 방부제, 피부의 호흡을 방해하는 실리콘 오일, 합성 계면활성제 등이 함유된다. 소량이라도 연약한 생물에게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애부생명과학 옥민(이학박사) 대표는 “식물에서 추출한 원료에 생명공학 기술을 접목해 천연방부제, 식물 유래 계면활성제, 천연 향을 개발해 화학 성분이 들어가지 않은 ‘생(生)장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화학 성분을 넣지 않은 마스크팩도 눈길을 끈다. 글로벌 마스크팩 전문기업인 제이씨피플이 선보인 ‘웬(When)마스크’는 천연 코코넛에서 추출한 ‘바이오 셀룰로오스’라는 신소재를 마스크 시트로 사용했다. 화상 치료제, 인공 피부, 인공 관절 등 의·약학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되는 소재다. 인공 색소와 파라벤·벤조페논 같은 화학 성분을 넣지 않고 식물 추출물만 사용했다.

유통 채널도 확대되고 있다. 코스메슈티컬 제품은 주로 약국과 병원을 중심으로 판매돼 왔지만 헬스·뷰티 제품을 취급하는 올리브영, 왓슨스, 롭스와 같은 드러그스토어가 등장하면서 이를 찾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 온라인·홈쇼핑 등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안전성과 기능성을 잘 따져보고 구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의약품이나 천연 성분이 들어갔다는 제품 콘셉트만 강조하고 일반 화장품과 효능 면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더미인 클리닉 구용수 원장은 “제품 효능은 어떠한지, 공인된 인증기관에서 검증을 받았는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스메슈티컬
화장품(cosmetics)과 의약품(pharmaceutical)의 합성어. 단순한 기능성 화장품에 전문적인 치료 기능 성분을 더해 만든 것이다. 미백(美白), 주름 개선은 물론 피부질환 치료를 돕는다. 피부과학(dermatology)과 화장품(cosmetics)을 결합한 ‘더마코스메틱(dermacosmetic)’도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

글=한진 기자 jinnylamp@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박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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