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청와대·새누리당 개편…뼈를 깎는 쇄신 기대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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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비서실장을 포함한 청와대 참모진이 어제 새로 짜였다. 새누리당엔 비박계 중심의 혁신위와 비대위가 꾸려지고 당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됐다. 여당의 4·13 총선 참패에 따른 체제 정비지만 늦은 감이 있다. 게다가 근본적인 여권 쇄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여권, 패배 한 달 만에 정비 나서
비박 혁신위 쇄신엔 난제 수두룩
계파싸움 털어낼 새 길 찾아내야

청와대 인선은 새누리당 안팎에서 비등한 인적 쇄신 요구를 수용한 모양새다. 하지만 내용적으론 최측근 인사를 중용해 친정 체제가 강화됐다. 총선 패배의 책임을 물었다는데 정치권에서 문제를 제기한 정무수석은 유임됐다. 재선에 실패한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교사’는 경제수석으로 부활했다.

오늘 출범하는 혁신위 앞날엔 난제가 수두룩하다. 비박계 김용태 혁신위원장은 재창당 수준의 혁신안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평소 주장대로라면 수평적 당·청 관계 확립과 당·정·청 전면 물갈이, 친박계 2선 후퇴 등이 포함되지만 여기엔 친박의 생각이 전혀 다르다. 비록 전권을 가진 혁신위라고 하지만 계파 간 충돌 앞에 무너진 2014년 김문수 보수혁신위나 2011년 정의화 비대위의 전철을 떠올리는 목소리가 많다. 새누리당이 혁신위원장으로 타진한 외부 인사들이 대부분 거절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새누리당은 지난 총선에서 집권당이 제2당으로 추락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참패를 당했다. 구조와 체질을 모두 바꾸라는 게 총선 민의였지만 여권은 지난 한 달간 그런 요구를 뭉개는 수준이었다. 기록적 참패를 자초한 대통령부터 대국민 사과 대신 ‘국회 심판이 총선 민의’란 식의 인식을 드러냈다. 겉으로만 혁신을 외친 새누리당은 패배 책임을 떠넘기며 서로를 향해 삿대질하기 바빴다. 총선 패배 후 오히려 계파와 정파에 더 매몰돼 비대위 구성 방법을 놓고서 한 달이나 다퉜다.

정당에 계파라는 게 없을 수 없다. 세계 어떤 민주 정당에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정책 노선도 아니고 한 개인 앞에 줄 선 인연으로 패거리를 만들고 패권 싸움에만 활용한다면 한심한 일이다. 이미 유권자들은 그런 행태에 심판을 내렸다. 그렇다면 여권 새 출발의 첫 단추는 오만과 불통으로 일관해온 친박계의 자성과 자숙에서 시작해야 한다. 대통령의 일방 통행식 국정운영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쇄신을 위해 등장한 새 청와대의 과제다.

지금 여권 앞에 놓인 과제는 하나같이 만만치 않다. 나라는 경제와 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유력 대선 주자 한 명 남아 있지 않다. 게다가 3당 체제란 전혀 새로운 정치 구조에서 의정을 이끌어야 한다. 과거처럼 청와대 지시에만 따르는 수직적 당·청 관계론 두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기 힘들다. 당연히 혁신위는 이런 환부에 칼을 들이대야 한다. 다만 수술의 성공은 당내 화합 없인 불가능하다. 여권 혁신은 계파 싸움을 근본적으로 털어낼 새 길을 찾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 민심과 동떨어진 권력의 오만함으론 찾을 수 없는 길이다.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