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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가 사이판에 '전몰 한인 추모비' 세운 까닭은

중앙일보

입력

대구대가 사이판에 세운 추모비. [사진 대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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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강제로 징용되어 희생되신 동포들을 추모하고….'

지난 12일 이런 글이 새겨진 추모비(가로·세로 2m)가 미국령인 사이판 북쪽 마피산에 세워졌다. 대구대가 세운 것이다. 마피산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사령부가 있던 곳이다. 공공기관이 아닌 대학이 왜 이런 추모비를 사이판 현지에 세운 걸까.

사연은 19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구대 설립자인 고(故) 이영식 목사는 괌을 찾았다가 한국 교포로부터 일본 징용으로 끌려와 희생된 5000여 명의 한국인 유해가 있다고 전해 들었다. 사이판과 티니안 정글에 방치돼 있다는 것이었다. 티니안은 사이판에서 남쪽으로 5㎞ 떨어진 이웃 섬이다. 이들 섬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일본이 섬을 탈환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운 곳이다.

대구대가 사이판에 세운 추모비. [사진 대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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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에 방치된 한국인 유해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한 이 목사는 뜻이 있는 학자들과 2년여 사이판과 티니안 정글을 조사했다. 티니안 출루 정글 일본인 묘지 부근에서 '조선인지묘(朝鮮人之墓)'라는 비석을 찾아냈다. 무덤 3기도 인근에서 발견했다. 이렇게 2년간 이 목사 등은 2000여 명의 한국인 유해를 정글에서 발굴했다. 그러곤 봉환해 해외 동포의 안식을 위해 건립된 천안 망향의 동산에 안장했다.

홍덕률(59) 대구대 총장은 "이 목사는 1981년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렇지만 그가 남긴 인류애·민족애 정신을 기려 추모비를 사이판 현지에 세우고, 매년 대학과 재단에서 사이판을 찾아가 추념행사를 한다"고 말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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