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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생산력+네트워크 윈윈 전략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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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9호 3 면

구글을 정점으로 완성차 업계와 교통 서비스 업체(TNC)가 미래형 무인자동차 비즈니스 개발을 위해 결합하고 있다. 무인자동차 관련 업체들의 합종연횡을 보면 미래 전략을 읽을 수 있다. 무인차와 관련한 법적·제도적 규제를 혁파하는 데 힘을 모으는 것은 물론 서로의 기술을 통합해 미래차 개발을 앞당기고 미래 교통 비즈니스 모델을 선점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우선 구글이 포드자동차와 손잡은 이유는 기술과 생산 모두에 있다. 구글은 실리콘밸리의 창의적인 정보기술(T) 업체로 무인차의 기반 기술을 개발하는 데는 누구보다 앞서 있다. 무인차의 눈이라 할 수 있는 라이다 시스템과 이를 구성하는 레이더와 레이저 이미지 센서 기술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라이다(LIDAR·Light Detection And Ranging)는 차체에서 레이저 펄스를 발사한 뒤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위치 좌표를 파악하는 위치 인식 레이더 시스템이다. 무인차의 핵심 기술이다.

좌석 사이의 시동 버튼 및 비상정지 버튼.

무인차의 ‘눈’ 약점 보완구글차는 기상 조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캘리포니아주와 텍사스주에서 주요 주행실험을 해왔기 때문에 악천후, 특히 눈길에 취약하다. 도로의 차선과 표지판이 모두 보여야 자율주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포드는 이런 문제점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대안을 준비해 왔다. 바로 스노토노미(Snowtonomy)라는 이름의 정밀 고해상도 지도 시스템이다. 포드의 무인차는 라이다 시스템에서 파악하는 주변의 시각정보를 사전에 입력해 놓은 스노토노미의 정보와 끊임없이 비교한다. 이를 통해 눈 때문에 차선이나 도로 표지판이 보이지 않아도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 눈길을 헤치고 정확하게 도로를 달릴 수 있다.


?포드는 이를 폭설과 긴 겨울로 유명한 미시간주의 미시간대에 설치했다. M시티라는 주행시설에서 겨울과 폭설 속에서도 주행이 가능한 무인차를 개발해 왔다. 실리콘밸리형 무인차인 구글차가 갖지 못한 장점이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포드와 구글의 결합은 기술적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포드의 생산력이다. 구글은 애초 IT 기업이라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나 장비, 인력 기반이 없다. 자사의 무인자동차로 기존의 차량을 개조해 사용하거나 소형으로 개발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무인차가 실용화하면 이를 대량 생산해 판매하는 일을 포드에 맡기고 자신들은 원천기술 개발을 통한 특허료로 수입을 올리겠다는 의도다. 요컨대 무인차 기술개발과 생산을 서로 분업하겠다는 전략이다.

구글과 손잡은 포드·메르세데츠 벤츠 등 완성차 업체들의 미래형 콘셉트카 모델.

글로벌 영업망 확보 유리볼보자동차는 구글이나 포드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무인차 기술을 개발해 왔다. 2014년 본사가 위치한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예테보리 무인차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볼보 무인차는 위치를 파악하는 센서와 컴퓨터 제어장치, 그리고 자동차의 섀시를 부드럽게 연결해 주행 안정감을 높이는 게 핵심이다. 센서 분야에서도 카메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원거리 물체 파악 능력을 높이려고 시도해 왔다. 자동차 앞유리에 3초점 카메라를 장착해 무인차 앞뒤와 좌우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멀리 떨어진 도로상의 장애물, 도로 시설물, 사고 차량, 보행자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초음파를 활용한 위치 파악과 장애물 인식 기능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클라우드 기반의 GPS 시스템 개발도 타사들보다 앞서 있다. 자석을 활용한 위치 파악 기술도 개발 중이다.


?볼보자동차는 원래 올해 중 본국에서 주행시험을 시작하고 내년 중 시제품을 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IT기술에서 앞선 구글과 결합함으로써 시너지를 내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구글 측도 볼보와 손잡음으로써 기술을 통합하고 생산기술 몇 글로벌 영업망을 확보할 수 있어 윈윈이다.


?주목할 업체는 리프트다. 택시 애플리케이션(앱)에 지나지 않는다고 혹평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 회사의 가치를 알아보고 자금을 댄 전 세계 투자가들의 면면을 보면 이 회사를 달리 볼 수밖에 없다. 2012년 20대의 벤처사업가인 로건 그린과 존 치머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한 이 회사는 지난 4년 동안 전 세계에서 20억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투자자 면면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미국 굴지의 완성차 업체인 GM이 5억 달러의 거금을 투자한 것만 봐도 이 회사에 대한 기대를 짐작할 수 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같은 중국의 유명 IT 기업도 투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가치 있는 기업은 절대 놓치지 않는다는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의 아이칸 엔터프라이즈, 일본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라쿠텐도 합류했다. 중국과 유대인 자본이 한 회사에 몰린 셈이다.


혁신적인 모바일 앱 활용 리프트는 이렇게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본거지인 샌프란시스코는 물론 로스앤젤레스·뉴욕을 포함한 미국의 200여 도시에 진출했다. 급속한 확장을 통해 기업 가치는 55억 달러로 평가되고 있다. 이미 투자자들이 투자금액의 2배에 가까운 이익을 확보한 셈이다. 우버도 미래형 비즈니스 모델이다. 자동차 운전자와 이를 이용하고 싶은 사람을 연결해 주는 혁신적인 모바일 앱이다. 시작부터 모바일 앱과 함께했다. 이 서비스는 편리성을 인정받아 삽시간에 미국 전역으로 퍼졌다. 스마트폰 앱 하나로 지금 당장 이용 가능한 우버 차량을 검색하는 것은 물론 요금 결제까지 한꺼번에 끝낼 수 있다.


?게다가 이 앱을 이용하면 차를 기다릴 필요도 거의 없다. 우버는 ‘터치한 지 5분 안에 도착한다’는 서비스 원칙을 정해 뒀는데 대부분의 경우 이 원칙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정교한 IT 네트워크 덕분이다. 우버는 이 과정에서 이용 수수료를 받는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 ?


?구글과 완성차 업체, TNC 업체의 합종연횡이 어떤 미래를 가져올지 궁금하다. 분명한 것은 무인차와 관련 서비스가 지금과는 사뭇 다른 세계를 만들 것이란 점이다.


중앙일보?채인택 논설위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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