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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임재룡
(충남아산군 허양읍 일천리7구 149의 35)
가슴에 세운 담이
자꾸만 높아 갑니다.
어제 한지 쌓이고
오늘 두치 쌓여서
앞뒷집 높은 지붕도
이제는 안보입니다.
공지를 메우는 달빚
저리 섦게 쏟아지고
별빛의 흐느낌이
가슴 밟는 이밤은
하늘이
열번 열려도
가슴 답답 합니다.

<초여름밤>
금정수
(광주시 배구 풍향1동 24의6)
토방에 놔둔 낫이
이승 밖을 거니는 밤.
잠이 엷은 개구리들
지치도록 흩는 가락.
천수답
폭빛 두렁에
부평초로 흐른다.

<신록>
(부산시 부산진구 범전동 381의19 19통6반)
더운 숨 치달아 온
초록의 향기 담긴
내밀한 살 (육) 을 풀어
속살거리는 바람소리
나직이 바다를 부르는
목소리를 듣는다.
만조의 백양의 어깨
무수한 새들이여
은비늘 쏟아지는
날개짓 파도소리
누군가 자꾸 기다러진다
대답하라 메아리.

<자연>
변영교
(서울 성북구 안암동 3가136의1 대광아파트321호),
파지 위에 덧쌓이는
무덤가 먹빛 고요
거머쥔 매듭 하난
풀릴듯 풀리지 않고
한밤을 대낀 사려가
백목련을 피운다.

<달구지길>
배유관
(광주시 우산동193의14)
등성이 넘을 제는
때묻은 댓님짝이
젖빛 강을 만나
옷고름이 되었다가
동구밖 나와 선 여인의
치마폭에 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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