헵번 "메릴 스트립은 꼴불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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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연기와 사랑에서 할리우드의 '살아있는 전설'로 꼽히다 지난달 29일 타계한 미국의 여배우 캐서린 헵번. 그가 생전에 좋아했던 배우와 싫어했던 배우는 누구였을까.

그 해답은 퓰리처상을 수상한 전기 작가 스콧 버그가 헵번과'사후(死後) 출판'약속에 따라 최근 펴낸 헵번 전기(傳記) '케이트를 기억하며(Kate Remembered)'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스콧 버그는 지난 20년 동안 헵번을 만나 인생.사유(思維).할리우드 스타들과의 친분 관계와 최근 이름을 날리는 후배 스타들에 대한 평가 등을 헵번에게서 듣고 이 책에 담았다.

이 책에 따르면 헵번은 생전에 존 트래볼타와 마이클 잭슨.해리슨 포드 등을 좋아했다.

'토요일 밤의 열기'에서 멋진 춤 솜씨를 선보인 트래볼타에게는 쏙 빠져 있었으며, '인디애나 존스'의 해리슨 포드 역시 무척 좋아했다.

헵번은 팝스타 마이클 잭슨을 좋아한 나머지 사적으로 여러 차례 만난 적이 있다고 털어놓은 뒤 "잭슨은 기별난 '예술적인 동물'로, 거품 속에서 살아가면서 세상 밖의 그 무엇에도 감동받지 않는 인물"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햅번은 이 책에서 '연기력이 떨어지는' 후배들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네 차례나 받고 열 두번이나 후보에 올랐던 헵번은 액션 스타들인 '람보'의 실베스터 스탤론이나 '터미네이터'의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어떻게 할리우드 스타 반열에 올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특히 슈워제네거의 알아듣기 힘든 오스트리아식 영어 발음에 불만이 많았다.

헵번은 생전 버그에게 "클라크 게이블.게리 쿠퍼.스펜서 트레이시를 봐요. 말도 잘 타고. 흰 넥타이에 멋진 양복자락 하며…요즘 (스타 중) 누가 이런 모습을 할 수 있나요. 이름 한번 대봐요"라며 후배 연기자들을 못마땅해했다.

아카데미상을 받은 메릴 스트립의 경우 "지나치게 지적인 데다 테크닉에 과도하게 의존한다"면서 '가장 꼴불견인(least favourite) 여배우'로 혹평했다. 반면 헵번의 인정을 받은 여배우는 멜라니 그리피스와 줄리아 로버츠 정도였다.

김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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