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연합은 나잇값 못하는 망나니”…모욕 혐의로 기소된 평론가 무죄 확정

중앙일보

입력

보수 시민단체 어버이연합을 '망나니'라고 비판해 고소당한 평론가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영화평론가 이안(51·본명 이안젤라)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이씨는 2014년 9월 세월호 유족의 단식투쟁에 반대하는 ‘폭식투쟁’을 하던 이들을 비판하는 칼럼을 한 언론에 썼다. 이 칼럼엔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라는 나잇값 못하는 망나니들의 본을 따른 것이리라. 늙어가면서 나이만 먹은 게 아니라 이기심과 탐욕만 먹어 배만 채우고 영혼은 텅 비어버린 아귀들을"이라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

검찰은 어버이연합을 모욕한 혐의로 이씨를 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런 표현이 전체 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데다 공적 사안을 놓고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왔기 때문에 죄가 안된다고 봤다.

1심은 "14단락 칼럼 중 1단락의 일부에 불과하다. 정치적 사안에 다수의 집회를 개최해 공적 존재를 자임하는 어버이연합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는 표현이 객관적으로 사회에 품위를 반할 정도로 극단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어버이연합과 자유대학생연합의 행동·기저에 깔린 사상이 유사함을 지적하고 함께 비판하기 위한 표현"이라며 "일부 회원의 행위를 전제로 의견을 개진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사용된 것이어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 판결을 확정했다.

장혁진 기자 analo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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