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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시윤 “사랑에 빠진 허준, 가장 나답게 보여드릴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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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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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시윤은 “드라마 ‘마녀보감’도, 예능 ‘1박 2일’도 목표는 하나”라며 “윤시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요즘 보기드문 젊은이다. 책 사는 데 매달 20~30만원씩 쓸 만큼 독서를 즐기는가 하면, 남들이 자동차로 이동할 때 자전거 페달을 밟아야 하는 벌칙을 몸고생 아닌 눈호강으로 여긴다. 배우 윤시윤(31) 얘기다.

해병대 제대 후 첫 드라마 출연

이런 면모는 2주 전 KBS 예능 ‘1박 2일’에 새 멤버로 합류하자마자 단박에 화제가 됐다. 그가 13일 시작하는 JTBC 드라마 ‘마녀보감’에선 주인공 허준 역을 맡았다. 『동의보감』의 허준을 새롭게 해석하고 마법적 요소를 결합한 판타지 사극이다. 11일 만난 그는 새벽까지 이어진 촬영에도 생기가 충만했다.

“허준이란 인물이 치유의 대명사가 된 이유가 남달라요.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싶다는 개인적인 열망에서 시작한 게 아닐까 하는 발칙한 상상력을 발휘한 이야기예요.” 윤시윤의 말처럼, 사극에서 숱하게 보아온 그 허준이 아니다.

극 중 양반집 서자인 허준은 노비 출신인 어머니의 안위를 위해 한량처럼 세월을 죽이다가, 자신보다 더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마녀’ 서리(김새론 분)를 만나 치유의 행보에 나서는 젊은이다. “열정과 꿈이 있는데, 현실이 받쳐주지 않는 것에 좌절감을 느끼는 인물이에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도 크고요. 이런 캐릭터라면 가장 윤시윤다운 연기를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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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마녀보감’의 주인공 허준은 총명할 뿐 아니라 무예에도 출중한 캐릭터다. [사진 JTBC]

배우에게 독이 될 수도 있는 예능 출연을 결심한 이유도 실은 마찬가지다. “가장 나다운 모습을, 내가 가진 색깔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점과 점이 만나 선이 되고, 다시 면과 입체가 되듯, ‘나’라는 처음의 한 점이 확고해야 나와 정반대의 연기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먼저 큰 사랑을 받고 나니까 제 색깔을 보여주는 게 두려웠거든요. 욕을 먹든 사랑을 받든 이번에는 숨어있는 나 자신을 꺼내려고 했어요.”

신인시절 KBS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2010)의 주연으로 큰 인기를 얻은 그는 “사랑을 선불로 받았다”고 했다. “선불을 받아 행복한데 갚지 못하면 빚쟁이가 되는 거잖아요.” 그가 스스로를 더 채찍질하는 이유다.

근육만 아니라 속도 꽉 찬 이 청년은 어린 시절을 전남 순천에서 보냈다. 서울에서 생업에 종사하던 부모와 떨어져 조부모 밑에서 자랐다. “엄하게 키우셨어요. 부모님과 같이 안 사는 게 불쌍하다고 잘해주면 제멋대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신 거죠.” 책과 친구가 된 것도 이때부터다. “유일한 놀거리였거든요. 순천에서도 좀 들어간 지역이라 수퍼도 없었어요. 친구들 집에 가면 비디오도 있고 그랬지만. 산에서 들에서 놀다 오면 우리집은 책이 다였어요. 이모들이 사다준 전집을 보며 상상도 하고, 구연동화 카세트를 들으며 잠들기도 하고.”

이런 그이니 캐릭터 연구에 다른 명작을 참고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제빵왕 김탁구’ 때는 만화 ‘슬램덩크’의 강백호를, 한지붕 아래 가사도우미 누나(신세경 분)를 연모하던 ‘지붕 뚫고 하이킥’(MBC) 때는 황순원의 ‘소나기’를 떠올렸단다. “‘마녀보감’은 서리와의 관계에서 알퐁스 도데의 ‘별’을 많이 생각해요. 두 사람이 가장 순수한 상태에서 어떤 세련된 대사도 없이 별만 바라보며 안식하는 느낌이죠.”

그렇다고 서정적 드라마란 건 아니다. 극 중 허준은 총명할 뿐 아니라 무예에도 출중하다. “액션에 성룡 같은 코미디도 있어요. 서리와 아웅다웅하는 것도 그렇고. 드라마에서 둘에게 정말 힘든 일이 많이 생겨요. 그런 상황에서 서로가 기대고 있는 것만으로도 편해지는 사이죠.”

이 둘의 로맨스를 그는 “안식”이라고 표현했다. “(두 사람처럼) 이제 막 사회에 떨어진 20대의 사랑은 ‘같이 겪는 것’인 것 같아요. 처음 만났을 때 (허)준이는 삶에 대한 패배의식이 가득해요.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하지도 못 하고, 뭔가 하겠다고 꿈꾸는 것이 죄가 된다고 생각하고. 그런 준이에게 서리가 그래요. 태어난 이유가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그는 어려서 본 드라마 ‘국희’의 한 장면을 빌려 ‘마녀보감’에 대한 기대를 들려줬다. “막 구박 당하며 자라던 어린 국희가 몸집보다 큰 쌀집 자전거의 페달을 밟으며 가다가 성인이 되는 거예요. 자전거 페달을 밟는 모습뿐인데도, 제 어린 눈에도 희망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제가 바라는 이 드라마의 느낌, 시청자들이 느끼셨으면 하는 게 그래요.”

글=이후남·김유빈 기자 hoonam@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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