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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미셸 응원 팀 선전…들썩이는 백악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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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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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화이트삭스 아비세일 가르시아(오른쪽)가 9일 미네소타 트윈스전에서 7회 득점을 올리고 기뻐하고 있다. [시카고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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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열혈팬이다. 그는 평소 ‘오바마 모자’로 불리는 화이트삭스 야구 모자를 자주 쓴다.

오바마, 화이트삭스의 열혈팬
“시카고는 내 뿌리” 모자 즐겨 써
미셸은 지역 라이벌 컵스 응원
양팀 초반 양대 리그 선두 질주
‘오바마 시리즈’ 열릴지 관심

2014년 MLB 개막전에서 시구자로 나선 그는 워싱턴 내셔널스의 붉은 점퍼에 화이트삭스 모자를 쓰고 등장하기도 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내가 화이트삭스의 모자를 쓴 것은 시카고가 나의 뿌리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시카고는 일리노이주 연방 상원의원(1997~2004년)을 지낸 그에게 정치적 고향이다. 특히 화이트삭스는 주로 유색인종이 모여 사는 시카고 남부지역을 기반으로 한다.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인 그는 이 지역에서 인권 변호사로 활동했고, 자연스럽게 화이트삭스의 팬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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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오바마

반면 퍼스트 레이디인 미셸 오바마 여사는 화이트삭스의 지역 라이벌 컵스를 응원한다. 컵스는 시카고 북부지역의 지지를 얻고 있는 팀이다. 시카고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자란 오바마 여사는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컵스의 팬이 됐다. 그동안 오바마 부부의 응원팀이 엇갈리는 것은 큰 화제가 되지 못했다. 화이트삭스와 컵스의 성적이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시즌 초반 MLB에는 시카고 바람이 불고 있다. 컵스(내셔널리그·NL)와 화이트삭스(아메리칸리그·AL)는 10일 현재 양대 리그의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컵스는 24승6패(승률 0.800)를 기록 중이다. MLB 30개팀 가운데 전체 승률 1위다. 화이트삭스는 10일 텍사스전에서 12회 연장 끝에 8-4 승리를 거두며 23승10패(승률 0.697)를 기록, AL 승률 1위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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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컵스 하비에르 바에스(오른쪽)가 워싱턴 내셔널스전에서 연장 13회에 끝내기 홈런을 치고 물세례를 받는 장면. [시카고 AP=뉴시스]

지난해 97승65패(MLB 전체 3위)를 기록한 컵스는 피츠버그와 세인트루이스를 차례로 물리치고 NL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했다. 그러나 뉴욕 메츠를 만난 시리즈에서 4전 전패를 당했다. 투타의 안정적인 전력을 그대로 유지한 컵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았다. 지난해 NL 사이영상을 받았던 에이스 제이크 아리에타(30)는 올해도 변함없는 활약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2일 신시내티전에서 노히트노런을 달성했고, 올 시즌 등판한 6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챙겼다. 존 레스터(3승1패), 존 래키(4승1패) 등이 버틴 선발진은 벌써 19승을 합작했다. 앤서니 리조(26)가 이끄는 타선의 힘도 막강하다.

컵스의 선두 질주가 예상된 결과라면 화이트삭스의 선전은 이변에 가깝다. 화이트삭스는 지난해 76승86패로 AL 중부지구 4위에 그쳤다. 올해 시범경기에선 주전 1루수 애덤 라로시(37)가 아들의 야구장 출입 문제로 구단과 갈등을 일으키다 돌연 은퇴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선수들이 라로시를 지지하며 구단 수뇌부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어수선한 분위기로 시즌 개막을 맞았지만 크리스 세일(7승)-맷 레이토스(5승)-호세 퀸타나(5승1패)로 이어지는 막강 선발진의 활약으로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시카고는 강한 바람이 불어 윈디시티(windy city)라고 불린다. 그래서 팬들은 두 팀의 맞대결을 ‘윈디시티 시리즈’라고 이름 붙였다. 지금은 ‘오바마 시리즈’라고 부를 만 하다. 전체 시즌의 20%를 소화한 시점에서 조금 이르긴 하지만 두 팀은 압도적인 성적으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두 팀이 월드시리즈(WS)에서 맞붙는 걸 기대하는 팬들이 늘고 있다. 두 팀이 WS에서 대결한 건 110년 전인 1906년이 마지막이었다. 당시엔 화이트삭스가 4승2패로 WS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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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270만 명의 시카고는 MLB에서 손꼽히는 빅마켓이다. 화이트삭스와 컵스의 인기 역시 전체 구단 가운데 상위권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두 팀은 고약한 저주에 시달리며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했다. 화이트삭스는 1919년 신시내티 레즈와의 WS에서 승부 조작을 통해 고의로 패한 ‘블랙삭스 스캔들’ 이후 87년 동안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 그러다 2005년에야 챔피언에 오르며 간신히 저주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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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스는 1908년 이후 WS 우승이 없다. 컵스는 특히 악명 높은 ‘염소의 저주’를 여전히 풀지 못했다. 염소의 저주란 1945년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WS에서 염소와 함께 쫓겨난 빌리 시아니스가 “앞으로 다신 이곳에서 WS가 열리지 못할 것”이라고 독설을 퍼부은 사건을 말한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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