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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정의 High-End World] 살아 있는 박물관, 갈라파고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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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에르토 아요라 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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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흔한 럭셔리 리조트 하나 없지만 최고의 여행을 이야기 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있다. 그곳이 바로 에쿠아도르의 갈라파고스 군도(Equador Galapagos Islands)이다. 자연환경 보존을 위해 큰 규모의 리조트도 에너지 소비가 많은 고급 호텔도 지을 수 없는 곳이지만, 이곳에 가기 위해 투자해야하는 시간과 경제적 비용을 생각한다면 이 보다 더 비싼, 그리고 특별한 여행지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함을 경험하고 싶을 때 가장 마지막에 찾는 곳, 수많은 사람들이 죽기 전에 한 번 쯤은 꼭 방문해보고 싶은 버킷 리스트의 1순위가 바로 갈라파고스 군도이다.

거친 갈라파고스의 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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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군도는 남미 에콰도르 해안에서 약 965km 떨어진, 태평양상의 19개 섬과 다수의 암초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까지 가는 길은, 특히나 우리나라에서는 멀고도 멀다. 우선 미국 마이애미나 LA 등 대도시를 거쳐 에쿠아도르의 수도인 과야킬(Guayquil)까지 가야한다. 환승시간을 생각하면 그것 만도 만 하루가 걸리는 거리이다.

그리고 과야킬에서 다시 국내선 항공을 이용, 갈라파고스 군도의 산타크루즈 발트라 섬(Santacrus Baltra)공항으로 이동해야 한다. 섬에서 보내는 시간까지 생각한다면, 적어도 열흘 이상의 시간을 이 여행을 위해 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꿈도 꿀 수 없는 여정이다.

갈라파고스 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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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5년 스페인의 데 베를랑가가 이 섬을 발견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무인도로 큰 거북이 많이 살고 있었던 것이 특징적이었던 것 같다. ‘갈라파고스’라는 명칭도 스페인어의 '거북'을 딴 것이다. 독특한 지리적 특성상 이 섬에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고유종의 생물들이 많다. 몸무게가 200kg에 달하며 100살이 넘게 사는 코끼리 거북, 거대한 이구아나 등의 파충류, 작은 갈라파고스 펭귄, 다윈 핀치 등 다른 곳에선 보기 힘든 조류 등 고유 동식물이 풍부하다.

섬의 상황은 1835년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이 비글호를 타고 탐험한 후 세계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다윈의 ‘진화론’의 아이디어가 이곳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서로 떨어진 섬에 사는 거북과 핀치 새의 서로 다른 모양새도 흥미롭다. ‘살아있는 박물관, 진화의 전시장’이라는 별명이 너무도 어울린다.

푸른 발이 특징인 보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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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까지는 동물을 남획하는 바람에 코끼리 거북이 멸종 상태에 이르는 등 자연환경 보존이 위태로운 상황이 되었었다. 그래서 1934년 동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하게 되었고 그 이후로는 적극적으로 고유 생물과 자연환경을 보존해오고 있다. 64년에는 산타크루즈 섬에 다윈 연구소도 개설되었고 78년에는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도 지정되었다.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섬 안에서 지켜야할 규칙들은 매우 다양하고 엄격하다. 우선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 섬에서는 정해진 루트를 따라 전문 가이드와 함께 이동을 하여야한다. 전문 촬영은 승인을 받아야하고 동물들과는 2m 이상의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캠핑 역시 사전 승인 절차에 따라 제한적으로 허락되고 캠프파이어는 금지되어있다. 섬의 고유 동식물군 보호를 위해 타지의 유기물(생물)을 반입해서는 안되는 것은 물론, 비록 길거리에서 쉽게 마주친다고 해도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어서도 안된다. 허가를 받은 전문 선박 외에는 낚시도 할 수 없으며 제트 스키, 잠수함, 워터스키, 항공 관광도 금지되어있다. 이 모든 까다로운 규정은 섬의 자연환경을 오랫동안 보존하기 위해 지켜야만 하는 것들이다.

바다사자와 함께하는 스쿠버다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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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마치 길고양이처럼 항구 곳곳에서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바다사자들의 여유로운 모습, 구애의 춤을 추는 부비새,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이구아나, 마치 다윈과 함께 여행을 하는 듯 신기함을 주는 코끼리 거북을 매일매일 둘러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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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크루즈 선박.

숲 속의 트레킹은 물론 세 개의 해류가 만나는 해양 생태계를 갖고 있는 곳으로 깊은 바다로의 스쿠버 다이빙도 압권이다. 리조트들은 일정의 길이에 따라 함께 섬을 둘러보는 전문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호텔이 마땅치 않다면 크루즈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카지노나 공연장, 저녁의 화려한 파티는 없어도 이 경이로운 자연을 경험하는 것 만으로도 만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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