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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현실은 영화보다 더 처절"|『킬링필드』로 아카데미조연상 「행·노어」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캄보디아내전의 참상을 그린 영화『킬링필드』에서 열연, 올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은 캄보디아인 배우 「행·노어」(36 .Haing Ngor·사진)씨가 12일 하오3시 우리 나라에 왔다.
현재 국내에서 상영중인 이 영화의 선전을 위해 합동영화사 초청으로 온 그는 무대인사·TV출연 및 관광을 한 뒤 17일 돌아갈 예정이다.
『이 영화는 공산군에 함락된 캄보디아의 참상을 매우 사실적이고 생생하게 그렸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그보다 훨씬 더 처절하고 잔혹합니다.』
그는 손에 든 황금빛 오스카상 트로피가 자신을 위해 주어진 것이라기보다 크메르루지군에 학살당한 그의 일가족과 4백만 동포에게 주어진 진혼의 뜻이라고 강조한다.
80년9월 막내동생과 함께 간신히 미국으로 탈출한 그는 부모와 약혼녀, 그리고 8남매 중 다섯 형제를 공산군에 빼앗긴 아픔을 겪고 있다.
그의 본래 직업은 산부인과의사. 미국에 건너가 의학공부를 계속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킬링필드』제작진에 픽업돼 처음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고.
『전혀 연기수업을 받은 일이 없는 아마추어지만 공산치하에서 겪은 4년간의 쓰라린 경험이 더 없는 연기실습을 한 셈입니다.』
배우가 되기보다는 민족의 아픔을 알리려 영화에 출연했다는 그는 『반전을 외치던 미국인들도 이 영화를 보고 큰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며 『공산만행을 경험한 한국 국민들에게도 좋은 교훈으로 받아들여지길 바란다』고 한다.
『지금도 캄보디아 국경지대에서는 50여만 명의 난민들이 기아와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들을 도와주길 바랍니다.』
그는 조국의 비참한 현실을 세계에 더욱 알리기 위해 앞으로 자신의 체험을 영화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힌다.
한편『킬링필드』의 실제인물인「디드·프란」씨(43)부부도 13일 상오6시 한국에 왔다. 현재 뉴욕타임즈지 사진기자로 있는 「프란」씨는「행·노어」씨와 함께 한국을 돌아본 뒤 같이 돌아갈 예정이다. <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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