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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계파 확장 줄다리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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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임시국회 폐회와 더불어 신민당 전당대회의 서막이 올랐다. 양대 산맥인 김대중·김영삼씨가 표대결 없이 이민우총재를 재추대하자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어 치열한 당권경쟁의 가능성은 줄어들었으나 불과 20여일만에 잡다한 계보가 지입제로 출범시킨 신민당이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대대적인 내부개편의 진통을 겪을것은 틀림없다.
김대중·김영삼씨가 최근 이민우신민당총재와의 3자회담 끝에 밝힌 두가지 결론은 신민당의 정국운영과 내부재편의 방향을 짐작케 하는 중요한 시사가 되고 있다.
3자가 딱부러지게 『이런것이다』고 말하지는 않지만 『신민당과 민추협은 두김씨 중심으로 운영되어야하며 내년중 개헌을 투쟁목표로 세사람은 협조해나가자』는 것이 골자다.
평소의 언행과 시국관·처지등을 감안해볼때 두김씨는 금년 정기국회에서 목표접근의 가능성을 테스트해 보고 내년봄을 계기로 잡아 궁극적으로는 내년중 개헌을 달성하자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는것 같다.
또 이같은 목표추진을 위해서는 두사람이 일정단계까지 숙명적으로 공존·협조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러자면 신민당은 이민우총재를 계속「얼굴」로 내세우고 두계파가 영향력을 확대해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방법외에는 별도리가 없지않느냐고 생각하는것 같다.
그러나 두김씨는 언제 예각적인 라이벌로 변할지 모르는 동반자라는 점에서 외견상의 보조일치와는 달리 항상 첨예한 이해타산을 하고있으며 이번 전당대회 역시 이해조정의 줄다리기장이 되지않을수없다.
엄격히 말해 김대중씨가 이총재의 새추대를 양해한다면 그것은 달리 대안과 명분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쪽이 사실에 가깝다. 구 신민당시절부터 김영삼씨와 밀접한 관계에서 정치노선을 같이해온 이총재가 아무리『두김씨간의 조정자겸 대변자』를 자처하더라도 어느쪽 영향을 더 받을 것이며 어느쪽세를 더 확산할 것인가는 불문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대중씨에게는 이총재와 당권경쟁을 벌일만한 사람이 자파안에 없고 명분과 실력 면에서 승산을 걸때가 아직은 아니라는 판단인것 같다. 이총재는 2·12총선에서 신당바람을 일으킨 장본인이고 아직까지 당운영에 비난받을만한 특별한 잘못이 없는데다 인기와 신뢰도도 높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때문에 김대중씨로서는 이총재를 마지못해 재추대하더라도 그가 김영삼씨에게 덜 기울도록 최대한 제동장치를 강구하고 총재를 김영삼계가 차지하는데서 오는 핸디캡을 당직조정과 세력확대로 만회하자는데 전당대회전략의 촛점을 맞추고 있다.
총재단·당6역등 현재의 당직을 놓고보면 동교동계가 결코 열세라고는 할수 없다. 상도동계가 총재(이민우) 원내총무(김동영) 훈련원장(황명수)을 차지하고 있는데 반해 동교동계는 부총재2명(김록영·조연하) 국회부의장(김록영) 사무총장(이택돈) 인권옹호위원장(허경만)을 갖고있다.
상도동쪽은 오히려 총재를 차지하기 위해 나머지 당직은 동교동에 실세보다 더 많이 양보했으며 따라서 동교동측이 당직을 가지고 시비하는것은 온당치 못하고, 문제는 동교동내부의 부조화와 이질감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김대중씨는 최근 14인 동교동계중진회의에서 자파의 결속력 부족을 지적하고 당내에서의 적극적인 계파이익대변을 독려한바 있다.
김대중씨는 동교동계가 적절한 당직을 갖고 있으면서도 『제밥을 못찾아 먹는』이유는 자신의 오랜 국내공백으로 당초 당직인선에 자신의 구상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고, 또 계파 내부의 갈등과 관리미숙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김대중씨는 이번전당대회를 계기로 자신이 직접 계파관리를 하는 한편 당직 선택을 새로 하고 동교동몫에 대해서는 일부 「선수교대」를 고려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김대중씨 주변에서는 총재를 상도동이 맡았으니 사실상 대여전략을 요리하는 원내총무와 수석부총재를 동교동이 차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공공연히 하고있다.
김대중씨가 최근 원외의 김상현씨 사무실에 계파원을 모아놓고 그를 「거목」으로 추켜 세운 것을 두고 김상현씨(형집행정지상대)를 신민당에 넣어 계파관리인에 앉히려는 포석으로 해석하는 사람이 많다. 또 요즘 부쩍 동교동계에는 김상현·이중재·박종률·유제연· 이용희·조순형씨등의 당직기용설이 나돌고 있는 것도사실이다.
아울러 이총재를 밀어주는 대신 차기총재는 동교동계가 보장받아야 한다느니, 총재의 임기를 1년으로해 상도동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느니 하는 얘기가 동교동계의 공론이 되다시피 하고 있다.
그러나 상도동쪽은 이같은 동교동의 움직임을 당직협상을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있다. 그리고 그 전략은 김대중씨가 자신의 사면·복권을 비롯한 대여교섭을 상도동계에 위탁하지 않고 직접 해보겠다는 의도를 함축하고 있는것으로 분석한다.
상도동측은 이민우체제의 유지는 김대중씨가 김영삼씨와 갈라설 각오를 하지않는한 문제가 없을것으로 보고 차제에 총재는 부총재와 「합의」하여 당무를 결정하게 되어있는 집단석 단일지도 체제를 명실상부한 단일지도체제로 바꾸려는 속셈을 갖고있다.
또 상도동측은 김동영총무가 책임질 일을 하지 않았는데 원내총무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있을수없다는 분위기다.
다만 김영삼씨만은 이총재가 강력한 단일지도체제로 재추대되면 나머지 당직은 어떻게 나누든 큰 의미가 없다는 태도다. 동교동 측으로서는 김영삼의 복안을 받아들일수 없다면 총무에 자파를 앉히는 쪽보다는 총무직에 상도동계를 배척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꿀 공산이 있다.
그러나 두김씨 모두 창당당시 50대 50으로 나눴던 민추대 비민추의 지분을 인정하지 않고 당을 상도·동교동계 위주로 짜야한다는데는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부총재3석(김수한·노승환·이기택)전당대회의장(송원영) 정책의장(이댁희) 당기위원장(김영배)을 차지하고있는 비민추는 착잡한 처지에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비민추의 최대계보인 이철승씨는 『대권에 눈이 어두운 두金씨가 숫자 놀음으로 독재를 한다면 우리도 자구책을 강구하지 않을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씨는 『두김씨가 당에 들어와 직접 리더십을 발휘하고 책임지지 않으면서 이민우체제를 유지시키자면 비민추를 괄시할수는 없을것』이라며 『현재의 비민추가 비주류로 뭉치면 얼마든지 대항할수 있다』고 장담한다.
그러나 비민추의 김재광씨는 상도·동교동의 랑데부를 믿지 않고 동교동과의 제휴에 계속 미련을 걸면서 열심히 득표활동을 하고있고, 이기택씨는 두김씨를 상대로 대결하기보다는 김영삼계와 제휴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신민당내 판도의 앞날은 여러모로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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