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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국회」도 열어야 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1일 폐회된 12대 첫임시국회는 「정치국회」로 시종한 느낌이다. 이바람에 처리가 시급히 요구되었던 많은 경제안건들은 뒷전으로 밀리고 말았다.
폐회후 여야가 다같이 「민생국회」소집에 긍정적인것도 이번 임시국회의 미진했던 부분을 보완할 필요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 하기때문일 것이다.
비단 민생과 관련된 문제만이 아니고 당초 개원협상의 최대쟁점이었던 사면·복권·구속 자석방문제 등에서도 아무런 가시적 성과가 없어 신민당으로서는 원내건 원외건 이에대한 매듭을 짓지 않으면 안될 입장이다.
당초 야당의 정치공세에 대해 「민생」으로 중화시킨다는 전략을 세웠던 민정당인만큼 경제안건을 다루기위한 임시국회소집을 마다할수는 없는 입장이다.
정부가 이번 회기중에 꼭 처리되길 바랐던 조세감면규제법 개정안과 추가갱정 예산안을 비롯해서 국회가 다루어야할 민생안건은 실로 산적해있다.
최근의 수출부진 타개책, 실업율의 증가, 부실기업정리 문제도 그렇고 소값 폭락등 농정과 관련된 안건들이 어떤 형태건 국회의 토의와 여과를 거쳐야할 문제들이다.
이번 국회가 모처럼 무슨 말이라도 할수있고 무슨 말이라도 들을수 있는 정치의 토론장으로 구실을 다한 점, 성과로 꼽는데 인색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정치공방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민생」을 소홀히 했다는 일부 비평도 달게 받아들여야한다.
9월 정기국회전에 또다른 임시국회를 소집하려면 날짜잡기가 매우 까다로운 사정을 짐작 못할바 아니다.
제헌절을 전후해서 사면·복권문제에대한 정부쪽의 결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일부 기대감이 있는게 사실이고 7월말쯤으로 예상되는 신민당의 전당대회, 의원들의 외유일정등 적잖은 장애요인이 가로놓여있는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 어떤것도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민생」문제를 더이상 긁주어도 될 이유로 보아주기는 어렵다.
「정치부재」의 반동으로 정치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얼마큼 국민들의 정치적 갈증을 풀어준것도 물론 잘한 일이지만 그것은 국회가 할일 가운데 반쪽만을 한데 지나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
헌법은 국회회기를 최고1백50일로 규정하고있다. 이번 임시국회 30일과 정기국회 90일을 합해도 30일이 남는다. 12대 국회때 헌법이 규정하고있는 회기마저 다 채우지 못했다고 많은 비판이 있었던걸 상기해서라도 9월전 임시국회소집에 여야는 보다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여야할 것이다. 법이 정한 회기를 최대한 채우는 것이 국회가 국민에 대한 성실성을 보이는 첩경도 되기 때문이다.
이번 국회가 민생안건을 다루지 못한것은 국회운영이 아직도 제궤도를 찾지못한 증거로 볼수있을것 같다.
정치를 비롯해서 모든쟁점의 절충이 꼭 현장에서만 이루어져야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여야의 입장과 시각이 이번 「첫 만남」을 통해 어느정도는 부각되고 알만큼 알게 되었으므로 「막후협상」으로 충분히 익혀 장내의 토론장으로 옮기는 방법이 차제에 강구되었으면 한다.
사면·복권·구속자석방등 정치현안을 고위정치절충으로 다루기로 한 여야의 움직임은 국회운영의 스타일을 바꾼다는 점에서 기대가 간다.
까다로운 문제를 막후절충으로 돌리고 나면 새임시국회의 회기가 비록 보름이나 열흘쯤밖에 되지 않더라도 「민생」안건을 보다 생산적으로, 보다 능률적으로 다룰수 있을 여력이 생기겠기 때문이다.
12대국회는 「정치국회」뿐 아니라「민생국회」로서도 훌륭히 구실을 함으로써 국민에게 희망과 비전을 제시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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