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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아시아의 모나코' 야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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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동남아에서 유교 전통이 가장 강한 싱가포르가 카지노 도박장을 허용한다. 관광객 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다.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는 18일 "시 중심부와 가까운 센토사와 마리나 베이에 각각 세계 수준의 리조트 단지와 카지노 영업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40년간 법적으로 금지했던 도박산업을 풀어 '아시아의 모나코'로 발돋움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싱가포르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변화해야 한다"며 홍콩.마카오와 중국 상하이(上海)를 거론했다. 마카오는 지난해 관광객이 사상 최고인 1670만 명에 이르면서 28%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다.

카지노 영업장을 17개로 증설해 도박 산업을 경쟁 체제로 바꾼 덕택이다. 홍콩도 관광객 유치를 위해 9월 디즈니랜드를 개장한다.

싱가포르에선 5~6년 전부터 도박산업 허용을 놓고 찬반 양론이 팽팽했다. 급기야 리 총리의 부친인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가 총대를 멨다. 그는 최근 "내 부친도 도박광이어서 어머니와 자주 다퉜기 때문에 도박의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지만, 국가 차원에서 도박 산업을 허용치 않는 게 더 큰 문제를 낳는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을 한 것은 싱가포르인의 도박 붐이 만만치 않아서다. 조사 결과 인구 400만 명 가운데 60%가 최근 1년 동안 도박을 해봤다.

5만 명은 도박 중독증에 빠져 마카오.말레이시아.필리핀 등에서 원정 도박을 했다. 더욱이 지난해 8.4%였던 경제 성장률은 올 들어 좋지 않다. 싱가포르 정부는 카지노가 생기면 장기적으로 10만 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6%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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