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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세라믹분야 "아성구축" 일 「경세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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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경세라만큼 일본에서 갖가지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기업은 드물다. 26년전 기술한가지만으로 창업, 세라믹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굳히며 초고속성장을 해온 경세라는 놀라운 수익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경영·조직상의 비결과 관련하여 무성한 논의를 제공했다. 경세라는 규모나 생산제품에서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83년도(83·4∼84·3) 매출액은 2천1백97억5천만엔(약7천7백억원). 그러나 수익력이나 재무구조의 놀라운 건실성에 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같은 해 경세라의 경상이익은 5백16억5천만엔으로 매출액경상이익률은 23.5%에 달했다.
일본의 한 대기업사장이 경세라는 『진흙을 이겨서 비싼 값으로 판다』고 표현한 것이 별로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안정성과 성장성에서도 나무랄데가 없다. 자기자본비율은 79%. 이쯤되면 차입이 없는 것과 진배가 없을 정도.
최근 5년간 경상이익증가율은 연평균 30.8%. 이같은 호성적을 바탕으로 액면가 50엔짜리 경세라주식은 l백배가 훨씬 넘은(3월1일 현재 6천4백10엔) 고주가를 형성하고 있다.
경세라는 일본벤처비즈니스의 제일가는 성공사례로 손꼽힌다.
지난 59년 세라믹기술하나로 「이나모리」(도성화부·당시27세)사장과 몇몇 동료가 어느 공장 한쪽구석을 빌어 세운 경세라는 이게 그들이 유일한 자산으로 남았던 세라믹분야에서 부가침의 영역을 구축했다.
경세라는 파인세라믹제 IC패키지에서 세계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경세라의 놀라운 수익력도 실상 이같은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가격을 결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경세라의 급성장은 많은 사람의 연구대상이 돼왔다.
「이나모리」사장은 자신의 경영철학을 「멸사봉공」으로 요약한다. 회사의 이익을 위해 종업원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그럴만한. 동기가 주어져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이나모리」의 이른바 「경세라철학」으로 불리는 「모든 종업원의 물심양면의 행복에 공헌한다」는 이념에 철저함으로써 사원의 「맹렬성」을 스스로 유도해 온 것이다.
경세라 직원들의 일에 대한 맹렬함은 일본내에서도 유명한데 이는 그에 상응한 반대급부가 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를 들면 주식분배를 통해 전사원을 단순한 종업원이 아닌 파트너화 하고 있다.
지난 71년 경세라의 기업공개이전에 입사한 사람들 중에는 1만주이상을 가진 사원들이 얼마든지 있다. 이들은 물론 회사의 이익극대화가 주주로서 자신의 이해에 곧바로 연결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주가도 비싸고 사기도 쉽지않아 주주가 아닌 사원이 많아졌다.
「이나모리」사장은 작년봄 자기소유주식의 일부를 떼내어 1만2천명의 전종업원에게 1개월 봉급분의 주식을 나눠주었다. 회사의 이익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이 결국 주주로서 자신의 자산을 늘리는 길이라는 인식을 전사적으로 확대시킨다는 의도에서였다.
운동회나 크리스머스파티등의 경품으로도 주식을 내놓는다. 경세라의 주식은 대단한 인기가 있다. 71년 상장때 1천주를 64만엔에 산것을 그대로만 두었어도 무상증자를 포함해 현재 싯가로는 4천5백만엔에 이를 정도로 높은 자산가치를 갖고 있다.
더우기 배당률도 아주 높아 액면가 50엔짜리 1주당배당이 83년에는 1백%를 넘는 50.7엔, 84년에도 44엔의 배당을 했다.
사원의 주주화, 이로 인한 기업의 이익극대화를 위한 사원의 자발적인 노력과 주식자산가치의 증대 등의 메커니즘이 맞물려 돌아가면서 경세라는 계속적으로 초우량 주식으로서의 명성을 유지했다.
그 결과 경세라는 주식의 시가발행을 통해 지금까지 1천3백억엔이라는 막대한 외부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또하나 경세라의 강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이른바 「아뫼바조직」이다.
생산·판매 등을 공정에 따라 작은 단위로 나눠 5∼50명의 작은 그룹이 운영케 하고 있는데 이를 아뫼바로 부른다. 회사적으로 약4백개의 아뫼바가 있다.
이 아뫼바는 철저한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며 그 실적은 시간당 얼마의 채산을 올리느냐로 나타난다. 각 아뵈바들은 다른 아뫼바로부터 원자재를 매입하며 제품을 판매한다.
그 가격도 일정한 것이 아니라 양쪽의 흥정에 의해 개별적으로 이뤄진다.
결국 개개 아뫼바의 팀장은 중소기업의 사장쯤되는 셈이며 「이나모리」가 스스로를 「중소기업연합회장」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같은 경영방식을 두고 하는 말이다.
사원 한사람 한사람이 이 아뫼바조직에 속해 시간당 채산으로 평가방기 때문에 서로가 철저한 「코스트 다운」에 신경을 쓰지않을 도리가 없다.
업무에 필요한 전자계산기같은 사무용품도 개별소유이며 시설투자조차 계획을 세워하는 일은 거의 없을 정도다.
각 아뫼바에 있어서 새로운 설비를 들여온다는 것은 코스트의 상승을 뜻하기 때문에 힘에 겨운 주문이 오면 일단 가지고 있는 설비를 밤낮으로 돌려 소화해나가면서 새 설비가 오기를 기다릴 정도다.
「이나모리」가 송하행지조 마쓰시따전기창업주와의 대담에서 『사람·물건·돈을 어떻게 쓰느냐가 경영이라고들 말하지만 저로서는 무엇보다도 사람이 가진 정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밝힌 것처럼 경세라의 모든 조직은 종업원의 정신을 회사이익을 극대화시키는 쪽으로 전념케하는 방향으로 짜여져 있다. 이같은 경세라에도 문제가 없는것은 아니다.
가장 큰 고민은 떼돈을 벌게해 준 IC패키지 이후 새로운 성장상품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
세라믹의 용도가 다양하다고는 해도 아직 철강등을 소재로한 기존상품과 경쟁하기에는 상당한 시일을 요할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이스즈자동차와 공동개발하고 있는 세라믹엔진은 빨라야 90년대에 나가야 열매를 딸수있는 전망이고 작년가을 내놓은 세라믹 초정밀선반도 당분간 공작기계시장에 별 영향을 끼칠것 같지 않다는 것.
또하나 독점적인 우위에 너무 안주해 있어 외부변화에 둔감해지지 않았는가 하는 지적도 있다.
또 「이나모리」 자신의 비범한 수완도 경세라라는 회사자체에는 적잖은 짐이 되고 있다. 고위경영진이 『사장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실천하느냐만으로도 벅차다』 『현재의 경세라는 「이나모리」 사장이 그 전부다』라고 말하는 상황은 색다른 발상을 어렵게하고 있다.
「이나모리」 자신이 『앞으로 해야될 가장 중요한 일은 내 후계자를 발견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같은 고민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경세라가 최근 그동안 쌓아둔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새 사업에 속속 진출하는 것은 앞으로 경세라자체는 평범한 회사가 되더라도 투자수익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의 성장은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경세라는 야시까와 사이버네트공업을 흡수, 전자기기와 카메라 등으로 다각화작업을 시작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제2뇌전기획을 합작설립, 본격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경세라도 근년들어 집요하게 변신을 모색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도 실상 경세라의 「모험심」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막대한 축적자금을 1∼2%의 이익을 더 거두는 식으로 운용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투자, 성패를 가리겠다는 식이다.
벤처비즈니스로 쌓은 자금력을 벤처캐피틀로 운용하겠다는 것이 경세라의 대담한 발상인 것이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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