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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욱 정치부 차장|원색발언대 과민반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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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정부질문이 시작되면서부터 일기 시작한 여야간의 발언시비가 급기야는 당대당의 공방으로 변하고 국회운영일정에 차질을 가져올 지경이 되고 말았다.
현재까지 본회의와 상임위를 통해 민정당이 『문제있다』 고 분류한 발언자로는 우선 신민당의 이철, 신기하, 김득수, 유성환의원등 4명의 초선을 꼽을 수 있다. 민정당이 유독 이들의 발언에 발끈한 것은 이철 유성환의원은 국가원수에 관한 얘기와 삼민투주장을 내세웠고, 신기하 김득수의원은 이른바 유언비어를 대거 질문에 동원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원영 김수한 이기택 박찬종의원등 다선의원들도 비슷한 문제를 비슷한 각도에서 신랄하게 물었지만 말썽없이 넘어간 것과 비교해 보면 초선 4명의 발언이 지나치게 원색적이고 직설적이란 점이 민정당측을 유별나게 자극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말하자면 같은 소재를 놓고 이들 초선들은 논리적인 메시지 전달보다는 표현 때문에 상대방을 더 불쾌하게 만든 것 같다. 국민들을 무책임하게 선동하는 소영웅주의가 이들의 동기를 지배했다고 분석한 사람도 있고, 국민들을 일시 후련하게 해주어 개인적 인기를 끌려는 행위로 보는 측도 있다.
반대로 신민당은 설사 이들의 표현에 논리적 비약이 있고 속어·비어등 국회의원의 품위에 맞지않는 표현이 있더라도 지난 4년간의 「불가침성역」을 깨뜨린 것은 잘 한 것이며 국회를 국회답게 만드는데 실보다 득을 주었다고 보는 것 같다.
이처럼 이해와 전략이 다른 여야의 입장을 어느쪽이 옳고 그르다고 한마디로 판단한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다만 야당이 당연히 「할 얘기」 라고 생각하는 내용이 왜 여당에는 정도를 벗어난 것으로」 받아들여지며 이런 시각의 차이가 12대국회의 운명, 나아가 의회민주주의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궁금해하는 국민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이런 견지에서 보면 작금의 파문을 일으키는 발언이나 이를 시비하는 여야의 자세에는 적지않은 문제점을 안고있다. 우선 야당에는 상대방을 턱없이 기분나쁘지 않게 하면서 상대의 논리를 반박하고 자신의 주장을 펴는 기법상의 반성할 대목이 있는 것 같고 이를 조절할 힘을 당이 갖고있지 못하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인 것 같다.
반대로 민정당의 대응 태세는 문제의 본질에 대한 시비보다는 뭔가 눈치를 보고 집권당의 가시적 역할 과시에 급급한 인상을 주었으며 『해바라기성 기질이 분위기를 지배한다』 는 야당의 비난을 받았다.
이런 와중에도 민정당의원총회에서 『장외정치를 장내에 수렴한다면서 장외에서도 흔히 하는 얘기를 못 참으면 어떡하느냐』 (박동진의원) 는 발언이 나온 것이나, 파문을 일으킨 유성환의원을 이민우신민당총재가『같은 얘기라도 예의를 갖춰 얘기하는 것을 배우라』 고 나무란 것은 음미할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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