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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ㆍ한은, 국책은행 자본 확충 “재정+통화 조합해서 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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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최상목 기획재정부 제1차관(가운데)이 ‘국책은행 자본 확충 협의체’ 회의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정부와 한국은행이 재정과 통화정책을 조합해 구조조정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최상목 기재부 제1차관 주재로 4일 오전 열린 ‘국책은행 자본 확충 협의체’ 첫 회의에서 관계기관은 이런 원칙을 확인했다. 이날 회의엔 최 차관과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 윤면식 한은 부총재보, 김용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민병현 금감원 부원장보 등이 참석했다.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산업은행 부행장도 회의에 참여했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상선 부실로 위기에 빠진 산은과 수은 등 국책은행의 자본을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확충하느냐를 두고 정부와 한은, 금감원 간의 첫 공식 논의가 이뤄졌다. 기재부는 “폴리시 믹스(Policy Mixㆍ정책 조합) 원칙”을 다시 강조했다. 거론되는 한은과 정부 대응책 가운데 복수의 방안을 조합해 시행하겠다는 의미다. 정부와 한은, 금감원은 이날 “재정과 중앙은행이 가진 다양한 정책 수단을 포괄적으로 검토해 가장 효과적인 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구조조정 재원 ‘수혈’에 앞서 수은, 산은과 부실 조선ㆍ해운사의 자구 계획이 나와야 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당사자의 엄정한 고통 분담, 국책은행의 철저한 자구계획 선행 등을 통해 국민 부담을 최소화 해야 한다”며 ‘선(先) 자구계획, 후(後) 지원’ 원칙을 못박았다. 현재 산은과 수은이 떠앉은 부실채권 규모에 맞춰 자본을 확충하는 데 7조 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본지 5월 4일자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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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한은 내부에서 논의되는 대응책으로 ①한은이 수은에 출자 ②정부 소유 공공기관 주식 수은에 현물 출자 ③산업은행 조건부 자본증권(코코본드) 한은 인수 등이 있다. 모두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나 정부 의결로 가능한 방안이다. 이 외에 ④산은 산업금융채권 한은 인수 ⑤정부 편성 추가경정예산(추경) 통한 지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④ㆍ⑤안은 한은법 개정이나 국회 의결이 필요한 사항이라 단기간에 실행하기 어렵다. 청와대와 여당이 지지하는 ‘한국판 양적완화’에 야당이 반대하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이날은 부실 규모를 파악하고 정보를 공유ㆍ확인하는 협의체 ‘킥 오프(출범)’ 성격이었다. 자본 확충 세부 방안과 규모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나오기까진 한 달 이상 정부ㆍ한은 간 줄다리기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책은행 자본 확충 협의체는 올 상반기를 목표 시한으로 잡았다. 수시로 회의를 열어 6월 말까지 최종안을 마련하겠단 계획이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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