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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시·군과 세금 나눠야” vs “힘들게 기업 유치 왜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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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시·군세인 법인지방소득세의 일부(약 50%)를 2018년부터 도세(道稅)로 전환하려는 행정자치부의 최근 세제 개편 방침이 지방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 행자부는 지방세 기본법을 개정해 세금 재분배를 통해 부자 시·군과 가난한 시·군의 세수 격차를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법인지방소득세 50% 도세로 전환
행자부 계획에 수원·성남 등 반발
염태영 시장 “언 발 오줌 누기 처방”
정부 “법인지방세 9500억 더 걷혀”

반면에 적극적인 기업 투자 유치로 법인지방소득세를 많이 거두고 있는 부자 시·군들은 행자부의 조치가 세수 불균형의 근본 해법이 아닌 미봉책에 불과하고 지방자치에도 역행한다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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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태영 수원시장은 2일 출입기자단 오찬에서 행자부의 세제 개편에 대해 “언 발에 오줌 누기와 같은 처방”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염 시장은 이어 “지방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추진하는 행자부의 이번 방침은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원시의 입장에 화성·용인·성남 등 경기도의 다른 부자 지자체들도 동조하고 있다.

앞서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달 25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법인지방소득세 절반을 축소하면 재정적 이득이 많지 않은데 그린벨트 훼손과 과밀화를 부르는 기업 유치를 할 필요가 있느냐”며 반발했다.

그러면서 판교테크노밸리 확장사업을 시 입장에서 전면 재검토할 방법을 찾아볼 것을 지시했다. 화성과 용인 시의회도 지난달 말 잇따라 성명서와 반대 결의문을 내고 반발하고 나섰다. 상대적으로 재정자립도가 높은 이들 부자 지자체는 행자부의 방침이 현실화하면 지방자치의 하향 평준화가 초래되고 지자체 간 갈등을 야기한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화성·용인·수원·성남시의 경우 자체 수입이 전체 예산의 60%를 넘는다.

행자부는 법인지방소득세의 시·군 간 세수 격차가 커서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화성시의 지난해 법인지방소득세는 3023억원으로 가장 적은 경북 울릉군(2억원)과는 1510배나 차이가 난다. 경기도에서도 최하위인 연천군은 9억3000만원으로 화성시의 0.3%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김흥식 아주대 공공정책대학원장은 “증세를 통해 가난한 지자체에 재정을 지원하는 등 정부의 재정형평 개선을 위한 노력 없이 ‘아버지가 부자인 큰아들의 재산을 가난한 작은 아들에게 나눠주는 식’으로 추진 중인 이번 정책은 실효성이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반대하는 지자체들은 연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수원광역협력협의회를 통해 곧 성명서를 내고 범시민기구를 만들어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행자부 관계자는 “법인지방소득세를 독립세로 바꾸고 세액공제 감면 내역을 정비하면서 지난해에만 9500여억원이 추가로 걷혔고, 이처럼 늘어난 세수를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활용하기로 한 것”이라며 “법률 개정안은 기초자치단체 등 관계기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원·성남·화성=전익진·임명수·김민욱 기자, 박신홍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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