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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국립공원이 싸구려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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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강찬수
강찬수 기자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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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최근 강원도 양양군 오색리에 사는 한 아주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설악산국립공원에 케이블카가 놓인다는데 걱정이 태산”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금도 단풍철이면 한계령을 지나는 44번 국도가 차량으로 막혀 도시 나들이가 어려운데 케이블카가 설치된다면 오죽 불편할까”라고 했다. 게다가 4층짜리 주차장까지 들어선다면 경관도 망칠 거라고 염려했다. 관광객들이 쓰레기와 오·폐수만 잔뜩 내놓고 곧장 떠나 버리면 양양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안 될 거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아주머니의 걱정이 기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색~끝청 사이 3.4㎞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가장 큰 목적인 지역경제 활성화에 일부 주민조차 회의적이란 얘기다. 실제로 내년 말 서울~양양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서울에서 1시간30분이면 양양에 도착한다. 양양에서 오색까지 다시 30분,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내리는 데 3시간이 걸린다고 하면 5시간이면 족하다. 관광객들이 식사 한 끼 정도 해결한 뒤엔 떠나 버릴 듯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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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은 국립공원·천연기념물·유네스코생물권보전지역·산림유전자보호지역·백두대간보호지역이다. 이 다섯 겹의 보호 울타리는 이곳이 한반도 생태계에서 그만큼 중요한 지역이고, 우리 사회가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곳이란 의미다. 2012년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설악산의 총 자산가치를 7조7668억원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곳에 막상 케이블카를 설치했는데 지역경제를 못 살린다면 결국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셈이 된다.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케이블카 이용자들은 차를 양양읍에 세워 놓고 전기 셔틀버스로 이동하게 하자. 양양에서 숙박하는 사람에게 케이블카 탑승 우선권을 주면 어떨까. 케이블카 요금에서 거두는 환경보전기금과 지역발전기금도 연간 100억원은 돼야 한다. 케이블카 이용자가 상부 정류장에서 대청봉으로 못 가게 철저히 막아야 한다. 아예 탑승 시 신분증을 맡기고 정해진 시간 내에 안 찾아가면 돈을 물리는 것도 방법이다. 중청대피소는 삼겹살 파티를 벌이는 별장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대피소로 바꿔야 한다. 케이블카도 있는데 큰 대피소가 있을 이유가 없다.

이 정도 노력 없이 케이블카를 설치할 생각이라면 환경부·강원도·양양군은 지금이라도 그만두는 게 낫다. 설악산 케이블카는 아직 환경영향평가도 끝나지 않았고 환경단체가 제기한 반대소송도 진행 중이다. 아직 최종 확정된 게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