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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차 크지만 정면충돌 피해|「난항의 12대」예고한 3당대표 연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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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사흘간에 걸친 국회본회의의 3당대표연설을 들어보면 현실인식과 문제점, 그 처방에 관한 여야의 시각이 엄청나게 다르고 예상돼온대로 12대국회가 많은 난제를 안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역시 여야간의 가장 큰 쟁점으로 부각된것은 개헌문제였다.
신민 국민의 두 야당이 목소리를 합쳐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주장한 반면 민정당은 현행 헌법의 준수를 거듭 다짐했다.
연설내용만으로 본다면 헌법에 관한 여야주장은 평행선을 그을뿐, 서로가 강조한 대화·포용·의회주의로도 타협할 여지는 없어 보인다.
다만 여당의 논리가 평화적 정권교체를 가장 강조하고 그것을 이루기 워해서는 현행 헌법의 준수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흐른 점과 88년 이후 평화적 정권교체를 한번 실현한 후의 개헌·호헌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는 점이 주목을 끈다. 말하자면 현행 헌법자체의 타당성 때문에 개헌을 할수없다는 논리이기보다는 평화적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현단계에서 직선제개헌을 해서는 안되고 현행 헌법을 지켜야 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런「이상」을 근거로 유추한다면 앞으로의 쟁점은「평화적 정권교체」의 방법론문제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직은 아무런 구체적 근거가 없다.
야당은 개헌을 주장하긴 했지만 방법론의 제시는 하지않은채 국회안에 특위를 두자는 제의만했다. 독자적인 개헌발의권(제적과반수)를 못가진 야당으로서 특위구성을 제의한 것은 일단 원내에서 여당과 타협해 보자는 의사의 표시라 볼 수 있다. 아직은 원내에서 이 문제가 잘 안풀릴경우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는 없지만, 여당으로서 특위구성을 제의한 것은 일단 원내에서 여당과 타협해 보자는 의사의 표시라 볼수 있다. 아직은 원내에서 이 문제가 잘 안풀릴 경우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는 없지만, 여당은 이미「비민주적 장외운동」에 대해 날카로운 경계심을 표출하고 있다.
광주사태는 여야가 모두 비중있게 다루었지만 논리의 전개는 달랐다. 민정당은『극심한 사회적혼란과 국가적 위기,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지극히 불행한 국민적 국가적 비극이므로 모두 자성하고 당리당략적 입장에서 정치의 이용물로 삼지말자』고 원인과 처방을 제시했다.
그러나 신민당은 광주사대를『민족사적 불행이며 치욕』이라고 규정하고 진상과 책임의 규명만이 진정한 국민적 화해를 가져올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정당은 말하자면 상처를 다시 할퀴지 말자. 덮어두자는 쪽이라면 신민당은「진상규명」을 들고나온 것이다. 그러나 신민당 역시 이 민감한 문제를 연설에서 따로 독립적인 장으로 언급하지않고 다른 대형 부정사건과 인권유린문제와 함께 거론한것은 그만큼 문제의「미감성」을 유의한 것으로 볼수도 있다.
또 국민당이 광주사태를 거론하면서「진상규명」을 주장않은것은 주목할만하며, 여야간의 완충역을 의식한게 아니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민정당이 이 문제에 대해『모두가 자성해야한다』고 한데 대해서는 많은 무관한 국민의 입장에서는 거부감을 느낄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민당이 정통성과 관련해「도둑이 제발저린격」이라고 통박한 김대중씨등의 사면·복권문제에 대해 민정당은 아예 언급을 하지않았으며, 대신 체제부정적 장외운동에 단호히 대처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회분야의 여러 문제에 대해 신민당은 해결방안을 민주화의 촉진에서 찾은데 비해 민정당은 자율과 개방기조의 지속을 다짐했다.
민정당은 학원사태가 교육의 양적팽창에 비해 질적인 내실이 뒤따르지 못해 발생한 것이며 교육여건의 개선과 아울러 학생신분에 맞는 방법으로 제기하는 개혁적 노선은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민당은「앞으로 베풀고 뒤로 뺏는」식이 아닌 참다운 자율화만이 해결의 열쇠라고 진단했다.
근자 확대일로에 있는 노사문제를 여당은 배분적정의의 문제에서 보았고, 신민당은『민주학의 외침, 인간화의 몸부림』이라는 측면에서 분석했다.
처방에 있어서 민정당은「가진자의 자숙」과「못가진자에 대한 배려」를 내세웠으며 신민당은『탄압아닌 포용의 자세』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안보문제에 있어서 민정당은『우리가 선거와 민주화 논쟁·데모등에 눈이 쏠려있는 동안 북괴는 대남도발획책을 준비해 전쟁발발의 위험이 높아졌다』는 견지에서 경각심을 촉구했다. 그러나 신민·국민당은「부도덕한 노동정책」「반도덕적인 행위」로 정부의 노동정책을 비판했으며『경제성장의 실질적 주역이었으면서도 분배과정에서 계속 소외되어온 계층에 대한 응분익 배분』을 요구했다.
민정당이 노사문제를「자숙」「배려」「안보상황」등 다분히 당사자의 윤리문제와 우리처지의 강조라는 고정적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데 비해 야당측은 노동3권 보장등 제도적 장치와 정책적 일대전환을 요구한 셈이다.
경제문제는 신민당이「파국적 위기」를 선언했고, 민정당도 어려움을 시인했다. 그러나 신민당이 이 위기가 정부·여당의 정책목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의 결여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하느데도 민정당은 여전히 물가안정, 7%이상의 성장등이 지난4년간의 치적이라고 나열했다
작년 정기국회때 까지만해도 우리의 외채는 걱정할 정도가 아니라고 하던 민정당이 불과 몇 개월만에『외채극복은 큰 과제이며 유일한 극복의 길은 국내저축의 획기적 증대뿐』이라고 말하것은 주목말만한「고백」이다.
3당대표연설은 비록 여야간 평행선적인 의견대립과 엄청난 시각차를 보였지만 방법론에 있어서는 의회주의와 대화라는 큰틀을 다같이 존중한다는 자세를 보였다. 또 개헌·광주사태 같은 심각한 문제에 관해서도 즉각적인 대결이나 충돌은 피한다는 신중성이 깔려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앞으로 8일간 전개될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여야의 태도는 보다 더 선명하게, 각론적으로 전개될 것이다. <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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