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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CCTV에 교사들 애정표현 위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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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구 어린이집 인권의식 그래프 [그래프 광주광역시 광산구]

'어린이집 내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한 이후 아이들에 대한 보육 교사들의 애정 표현이 위축됐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광주광역시 광산구가 지난달 24일부터 이틀간 관내 법인·민간·가정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 등 총 762명에게 물은 결과다.

설문 결과 보육교사 641명 중 382명(59.6%)이 'CCTV 설치로 행동이 조심스러워지면서 아이들에 대한 애정 표현에 소극적이게 됐다'고 응답했다. 혹시라도 아동 학대 등을 의심받을 것을 우려해 신체 접촉 자체를 꺼리게 됐다는 답변이다.

어린이집 원장도 121명 중 64명(52.9%)이 '애정 표현이 위축되는 경험을 했다'고 응답했다. CCTV가 녹화되고 있다는 생각에 보육교사는 물론 원장들도 아이들을 대할 때 '자기 점검'을 하고 있다는 게 구청의 설명이다.

CCTV 설치를 이유로 보육 현장을 떠난 교사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장들은 'CCTV 설치를 이유로 퇴직한 교사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30명(24.8%)이 '그렇다'고 답변했다. '아직 그만둔 건 아니지만 퇴직 의사를 밝힌 선생님이 있다'고 답변한 원장도 37명(30.6%)에 달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지역 어린이집 전체 456곳 중 23곳을 제외한 모든 어린이집에서 CCTV가 운영되고 있다. 23곳은 학부모 전원의 동의로 CCTV를 설치하지 않거나 가동하지 않는 곳이다.

어린이집 CCTV 설치는 영유아 안전과 아동학대 예방 등을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의무화됐다. 어린이집 보육실·공동놀이실·놀이터·식당·강당에 각 1대 이상 설치해야 한다.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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