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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만에 인구 반토막 강원도 정선, 도시재생 나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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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3만9197명’. 지난해 말 기준 강원도 정선군의 주민등록인구 수다. 1990년 8만8377명에서 25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폐광이 늘면서 지역경제 사정이 나빠지자 주민들이 타지로 빠져나간 것이다. 2000년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인 강원랜드가 이곳에 문을 열었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매년 5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해 경제사정은 좋아졌다. 하지만 불법대출업체·유흥업소 등 유해시설이 함께 증가하면서 거주 여건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강원랜드 ‘좋은 마을 만들기’ 포럼
“정부 주도 개발로 지역민들 소외
주민 삶의 질 향상시키는 길 찾자”

이 같은 정선 지역 주민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좋은 마을 만들기’ 포럼이 강원랜드 주최로 27일 열렸다. 강원랜드 컨벤션호텔에서 개최된 이 행사에는 지역주민과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등 총 600명이 참석했다. 함승희 강원랜드 대표는 기조발표에서 “강원랜드가 번 돈을 지역주민의 요구에 따라 투자해 왔지만 실질적인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며 “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주제발표에서 전문가들은 ‘주민이 참여하는 도시재생’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이용규 산업문화연구소 소장은 “이 지역은 지난 20년간 광산도시에서 카지노도시로 변했을 뿐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5조원 가까운 돈이 투자됐지만 관광시설 등 기반시설에 집중돼 지역민들에게는 과실이 돌아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이 지역에는 우수한 생태자연환경과 산업문화유산이 있다”며 “이를 보존하면서 주민들의 주거 여건을 개선하는 도시재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자훈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도 “정부 주도로 개발이 진행되다 보니 주민들이 소외됐다”며 “지역주민들이 도시재생의 주체로 참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본 도쿄 ‘가구라자카 지역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가오루 야마시타 도쿄 비영리단체 대표는 도시재생 사례를 소개했다. 에도시대 전통적 상점·유흥거리였던 이 지역은 거주민들이 협약을 통해 전통적 모습을 잘 보전하면서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해 왔다. 가오루 대표는 “ 주민들이 모여 마을의 장래를 합의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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