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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시스 "지하철서 사인공세 받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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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은 그걸 '끼'라고 부른다. 그렇다. 난 넘치는 끼를 주체하지 못해 배우가 됐다.

그리고 끼는 나와 한국을 맺어주는 징검다리이기도 하다. 회계사인 아버지는 당신과 같은 길을 걷길 기대하셨다. 고민 끝에 고등학교 졸업 후 대서양을 건넜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에서 아버지가 바라던 회계학을 공부하면서 틈날 때마다 현지 방송에 출연했다. 그렇게 6년간 내 꿈을 키웠다.

한국에 온 지 이제 한 3년쯤 됐다. 처음 주어진 일은 광고 CF모델이다. 단역이긴 하지만 마음껏 즐겼다. 코카콜라.KTF 등 10여편의 광고를 찍으면서 한국 촬영장의 분위기도 익혔다. 물론 이곳 생활이 순탄치만은 않다. 외국인, 특히 피부색에 대한 편견이 장벽이 될 줄이야. 처음엔 당황스럽고 화도 났다. 그러나 이젠 "피부는 까맣지만 때는 안밀려요"라고 받아칠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그래도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가족들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다. 또 한가지 힘든 것. 한국말이다. 정말 어렵다. 그래도 연기자로서 성공하기 위해선 넘어야 될 산 아닌가. 스케줄이 없는 날이면 온종일 TV앞에 앉아 한국말을 연습한다.

방송 출연이 잦아지면서 기분좋은 일도 생겼다. 바로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다. 지하철을 타면 학생들이 반가워한다. 흔치 않지만 사인 공세도 있다. 팬들이 보내온 e-메일을 챙기는 것도 적지 않은 즐거움.

요즘엔 올가을에 개봉하는 한국 영화도 찍느라 이래저래 바빠졌다. 나의 최종 목적지는 할리우드다. 10년쯤 뒤 나는 동.서양 모두에 웃음을 선물하는, 유명한 코미디언이 되어 있을 것이다.

표재용 기자

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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