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호출자제한집단(대기업)으로 지정된 하림의 김홍국 회장이 정부의 대기업 규제에 쓴소리를 했다. 2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대규모기업집단 지정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좌담회 자리에서다.
‘졸지에 대기업’ 된 CEO들의 하소연
하림 김홍국 “35가지 새 규제 생겨”
셀트리온 김형기 “해외 경쟁 곤란”
이날 발제를 맡은 김홍국 회장은 “대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없애야 기업 생태계가 복원된다”고 강조했다. 닭고기 가공 및 유통회사로 잘 알려진 하림은 지난해 해운업체 팬오션을 인수하며 대기업집단에 진입했다. 그는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도 “35가지의 새로운 규제가 생겨 대기업이 된 것이 달갑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김 회장은 “한국의 대기업 규제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 수준”이라며 “이 때문에 국내 기업이 글로벌 기업과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은 포천이 선정하는 ‘세계 500대 기업’을 근거로 제시했다. 2013년 이 리스트에 중국기업은 89개, 한국기업은 14개가 포함됐다. 한국은 5년째 같은 숫자를 유지했고 중국은 해마다 평균 10개씩 새로운 기업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9070 기업생태계 조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차별 규제를 풀어 대기업과 중견 기업의 수를 늘려서, 국내 중소기업 사업체 수 비중을 90%, 중소기업 근로자 비중을 70%로 낮추는 것을 말한다. 현재 한국 중소기업의 사업체 수는 전체중 99%, 근로자 비중은 88%에 달한다.
이번에 대기업으로 지정된 바이오시밀러 업체 셀트리온 김형기 대표도 “규모가 큰 글로벌 다국적기업과 경쟁해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셀트리온이 규제까지 받으며 맞서 싸우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특히 연구개발(R&D)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셀트리온은 중견기업일 당시 받았던 8%의 연구개발 세제지원 혜택이 대기업이 되면서 3% 이하로 떨어졌다.
역시 4월 상호출자제한집단에 이름을 올린 IT기업 카카오 홍은택 수석부사장은 “IT 기업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는 규제 때문에 스타트업을 인수합병(M&A)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카카오에 편입될 경우 대기업으로 분류돼 기업 활동에 제약이 생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카오 소속 자산규모 85억원 미만의 소규모 자회사들은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받을 수 없고, 우수 인력인 ‘병역특례요원’까지도 받을 수 없는 현실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박성민 기자 sampark2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