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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살롱 왕게임 집단 성폭행’…“피해 여성들에 3000만원씩 지급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2년 4월26일 새벽 서울 강서구의 한 호텔 지하 3층 룸살롱 안. 중소 물류 업체 사장 배모(37)씨 등 간부 4명은 업소 여성직원 3명과 함께 ‘왕게임’을 즐겼다. ‘왕(王)’이라는 글자가 적힌 젓가락을 뽑은 사람이 내린 명령을 수행해야 하는 게임이었다. 명령에 따르면 여성들은 팁을 받았고 그렇지 않으면 술을 마셔야 했다.

배씨 일행은 여성들이 잠깐 동안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이들을 강간하기로 공모했다. 여성들이 돌아오자 왕이 된 배씨 등은 유사성행위를 시켰고 이를 거부하자 힘으로 누른 뒤 번갈아가면서 성폭행했다. 이들은 결국 성폭력처벌법상 특수강간 혐의로 형사재판에 넘겨졌고 2014년 4월 대법원에서 징역 6년형이 확정돼 현재는 수감생활 중이다.

자신들을 추행한 이들이 모두 감옥에 들어가자 피해자들은 같은 해 8월 “집단 성폭행의 충격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개인당 1억원씩 총 3억원의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법 민사11부(부장 김승표)는 피해 여성 3명이 배씨 등 4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배씨 등은 함께 3000만원씩 총 9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배씨 등은 형사 재판에서와 마찬가지로 민사 재판에서도 “여성들과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서울 남부지법)은 “배씨 등이 함께 강간한 사실이 인정되고 피해 여성들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며 “정신적 피해를 금전적으로 위로하고 도와줄 의무가 있다”고 판단해 3000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 역시 “1심의 판결은 정당하다”며 배씨 등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정혁준 기자 jeong.hyuk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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