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통장 300여개 필리핀에 팔아넘긴 6명 검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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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불량자 명의로 유령법인을 설립해 300여 개 대포통장을 만든 뒤 필리핀에 팔아넘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 같은 혐의(전자금융 거래법 위반)로 대포통장 모집총책 김모(32)씨와 환치기 업자 이모(53)씨 등 4명을 구속하고 공범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대부업을 했던 김씨 등은 2013년 1월부터 2015년 4월까지 유령법인 39개를 만들어 은행으로부터 대포통장 300여 개를 발급받아 필리핀 환치기 업자 이모(53)씨와 현지 스포츠도박 사이트 운영자에게 2억2000여만원에 판매한 혐의다.

김씨는 신용불량자에게 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법인설립에 필요한 인감증명서·위임장 등을 200만~300만원에 넘겨받아 법인등기와 사업등록 절차를 거쳐 유령법인을 만들었다. 신용불량자 1명의 명의로 최대 7개 법인을 설립하거나 1개 법인 명의로 2~5개씩 통장을 개설했다. 이렇게 개설한 통장을 개당 50만~100만원을 받고 이씨 등에게 팔아넘긴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개인 명의로 된 대포 통장은 수집이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어 김씨 등이 유령법인 명의로 대포통장을 개설했다”고 설명했다.

환치기업자 이씨는 김씨 등에게서 대포통장 20개를 사들여 일부는 자신의 환치기 계좌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현지 도박사이트 운영자에게 개당 100만원에 되판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는 현재 6억원 상당의 불법 외국환거래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이씨의 범죄를 확인한 뒤 여권무효화 조치 후 필리핀에 파견된 한국경찰과 필리핀 이민청의 협조를 받아 지난달 10일 검거한 뒤 국내로 송환해 구속했다. 이씨 등이 현지 도박사이트 운영자 등에게 팔아넘긴 대포통장의 거래금액은 약 150억원으로 추정됐다. 경찰은 도박사이트 운영자와 필리핀 대포통장 유통책들을 지명수배하고 행방을 추적 중이다.

부산=황선윤 기자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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