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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은 저점을 통과했는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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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6호 30면

지난해 브라질을 방문했을 때 나는 조심스레 낙관적인 의견을 내놓았는데, 올해 다시 방문한 브라질에서도 내 생각을 바꿀만한 징후는 발견하지 못했다. 문제가 많을 것이란 일반의 예상과는 달리 브라질에는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브라질은 부패 스캔들, 국가 신용평가등급 하락, 심각한 경기침체, 지카 바이러스 등 온갖 나쁜 소식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올들어 브라질 주가는 놀랍게도 10% 이상 상승했다. 브라질처럼 사면초가에 빠진 시장이 단번에 판을 뒤집을 것으로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비관론이 최고조에 이르면 바닥이 가까워졌다는 신호고, 그 때가 바로 내가 원하는 투자 시기다.


지난해 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는 25년 만에 최악인 3.8% 하락을 기록했고 올해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브라질의 기준금리(Selic rate)는 14% 이상이고, 인플레이션은 10%를 훌쩍 넘어섰으며, 실업률은 작년 연말 기준으로 7~8%를 나타냈다. 브라질 통화(헤알화) 가치는 미 달러 대비 크게 하락했으며 GDP 대비 총 국가부채는 60% 이상 늘었다. 세계 3대 신용 평가사는 브라질의 신용등급을 투자등급 이하로 강등했다.


지난해 9월 브라질 정부는 170억 달러에 달하는 지출삭감과 세금인상이 포함된 긴축안을 제안했다. 화학산업과 수출 제조업에 지급되던 세금 인센티브 삭감, 현 37개 정부기관 중 10개 축소, 공무원 임금 동결, 헬스케어와 저소득 주택 예산 감축, 금융거래세 신설, 15%던 자본소득세를 30%로 인상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 약화로 긴축안이 실행될지는 미지수다.


이달 들어 브라질 전역에서는 부패 스캔들 수사를 요구하는 광범위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자리를 지키건 그렇지 못하건 노동·세금·퇴직연금 시스템 등 많은 분야에서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브라질의 긴축조치는 경제의 많은 분야에 악영향을 미쳤다. 우리가 방문했던 브라질 비행기 제조사는 정부의 긴축정책으로 화물수송용 제트기의 첫 인수 시기를 당초 계획했던 올해 말에서 2018년 상반기로 연기했다.


지난해 브라질의 한 가지 긍정적인 부문은 무역 흑자였다. 통화 약세로 인한 수입 감소와 기대 이상의 수출로 브라질은 올해에도 좋은 무역 조건을 유지할 것으로 판단된다. 예를 들면, 올해 1월에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 하지만 국내시장 측면에서는 다양한 산업들이 침체기조를 보이고 있다. 소매 판매, 자동차 및 내구 소비재 판매, 산업 생산이 급락했으며 이는 단기간에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자 구매력이 약해졌으며, 높은 실업률이 가계 소득에 타격을 주고 있다. 담배·초콜릿·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제품에 대한 세금 인상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잃었고 기업들은 자본 투자를 연기하고 있다.


브라질은 정부의 경제정책 운용 미숙, 대형 부패 스캔들,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브라질은 철광석 등의 주요 수출국이다). 또 2014년 중반 이후 80% 이상 헤알화 가치가 낮아지며 미 달러화 표시 부채 규모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우리가 방문한 쇼핑몰 운용업체는 많은 고객들로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매출은 헤알화로 발생하지만 부채의 3분의 2가 미 달러화 기준이기 때문이다.


통화 약세가 모든 산업에 악재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수출기업엔 도움이 되고 있다. 브라질의 주요 식품 제조업체 한 곳은 매출 절반이 해외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헤알화 약세가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이 업체는 아프리카 시장에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고 중동에서 영업을 확대하는 한편 중국과 아시아 지역에서는 가공 공장을 새로 건설하고 있다. 기업 친화적인 정부 정책이 도입된다면 이런 상황은 더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심각한 경제여건 속에서도 투자자들에게는 기회가 있다. 브라질은 제조업과 농업 부문에서 아주 큰 수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정치적으로 거물들에 대한 수사를 포함한 부패 사건을 처리하는 브라질의 확고한 태도 역시 긍정적인 요소 중 하나다. 최근 스캔들로 경제에 타격이 있겠지만, 부패 사건이 빠르게 해결하면 장기적으로는 국가 투명성이 높아질 것이다. 비록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브라질에서 개혁은 반드시 실행될 것으로 확신한다. 최근 불안정한 상황에도 인내심을 가지고 투자를 이어가라고 권고하는 이유다.


마크 모비우스템플턴 이머징마켓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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