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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학교시설 내진설계 22.8%에 불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학교·도로·철도 등 국내 주요 시설물과 민간 건축물 가운데 내진(耐震)설계가 반영된 비율이 절반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시설물 내진설계 반영율 42.4%에 그쳐
민간건축물도 34.6%만 지진에 견딜 수 있어
국민안전처 다음달까지 개선대책 마련키로

23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국내 주요시설물 중 내진 설계 대상은 10만 5448개소에 달했다.하지만 실제 내진 설계가 적용된 시설은 전체의 42.4%(4만4732개소)에 불과했다. 최근 일본 구마모토와 남미 에콰도르에서 발생한 정도의 강진이 국내에서 일어날 경우 상당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원전시설(98.4%)과 다목적댐(100%)은 내진설계 반영 비율이 높았지만 지진으로 파괴되면 기름오염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송유관(5개 시설)은 내진 적용이 전무했다. 특히 큰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전국 2만9558개 학교시설은 내진설계 적용율이 22.8%로 평균에도 크게 못미쳤다.

전기통신설비는 35.5%, 수도시설 56.9%, 가스공급·저장시설은 78% 등으로 미진한 수준이다. 또 공항은 56.3%, 고속철도는 56.7%에 머물렀다. 안전처는 '내진보강 기본계획'에 따라 2020년까지 내진설계 대상 시설물 7294개의 내진보강 사업을 실시해 내진율을 49.4%로 높일 계획이다.

민간 건축물도 내진율이 저조하기는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아파트·단독주택·빌딩 등 129만7878동 중 34.6%만 내진설계가 이뤄졌다.

민간 건축물의 경우 1988년부터 6층 이상의 건축물에, 2005년부터는 3층 이상이나 500㎡ 이상의 건축물에 대해서는 규모 5.5~6.5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내진 설계가 의무화됐다. 88년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과 88~2005년 사이에 건축된 5층 이하의 건축물, 2005년 이후 건축된 3층 이하의 건축물은 지진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지진 전문가들은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이기화 서울대 명예교수는 "과거 문헌에 나오는 지진 피해를 바탕으로 분석하면 1643년 울산 근처에서 규모 6.7의 지진이 발생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규모 6.7은 지난 16일구마모토 지진의 본진(규모 7.3)보다는 작지만 전진(규모 6.5)보다 강한 것이다.

서울시 안전총괄본부 상황대응과 김태원 주무관은 "내진 보강에 건축면적 ㎡당 9만원 정도가 들기 때문에 시민들이 소극적인 것 같다"며 "의무 대상이 아닌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하거나 3층 이하의 건물 신축할 때 내진설계를 반영하면 취득세와 재산세를 감면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진 발생을 감시하는 부분도 허술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 145개소의 지진 관측소에 설치된 지진관측장비 가운데 43대는 내구연한(9년)을 초과한 노후 장비다. 10대중 3대가 낡은 장비인 셈이다.

기상청 유용규 지진화산감시과장은 "2018년 말까지는 노후 장비를 모두 교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은 2006년 울릉도 남쪽 15㎞ 지점 바다 밑 2㎞에 23억원의 예산을 들여 해저 지진계를 설치했으나 유지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지난해 철거했다. 2010년 어선 어로작업 등으로 전원 케이블이 손실됐고, 2013년 말에는 장비가 고장났지만 교체 부품을 확보하는 데 8개월이나 걸렸다.

소방방재청은 2013년 12월 전국 지진위험지도를 공개했다.그러나 활성단층에 대한 정밀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만들어진 것이어서 '반쪽 지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안전처는 지난 21일 "각 부처에 분산된 지진방재 제도와 정책, 연구개발(R&D)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보완한 뒤 범정부 개선대책을 마련해 다음달 내놓겠다"고 밝혔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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