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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개위 "흡연경고 상단 배치 철회" 복지부 "재심 요청"

중앙일보

입력

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는 22일 본회의를 열어 흡연 폐해 경고 그림의 위치를 담뱃갑 상단으로 규정한 건강증진법 시행령 개정안 조항을 철회할 것을 권고했다. 위에 넣든 아래에 넣든 담배회사가 알아서 넣게 하자는 것이다. 규개위는 이날 회의에서 “경고그림을 상단에 넣어야만 효과가 있느냐. 상단의 효과가 좋다는 입증 자료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담뱃갑 경고그림은 전문가로 구성된 경고그림제정위원회(위원장 문창진 차의과대학 부총장) 심의와 정부 부처 협의를 거쳐 상단으로 정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상단에 넣어야 눈에 잘 띄어 효과가 좋다고 설득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날 규개위에 재심사를 요청했다. 재심사는 다음달 13일께 열릴 예정이다. 여기서 철회 권고가 유지되면 이를 따라야 한다.

이날 회의는 서동원 김&장 법률사무소 상임고문이 불참해 전의찬 세종대 환경에너지융합과 교수가 위원장 대행을 맡아 진행했다. 민간위원 13명이 참석했다. 이해 당사자로 담배협회 대표와 판매인협회 대표,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 오유미 국가금연지원센터 부장이 참석했다.

흡연 경고 그림을 도입한 80개 국가 중 위치를 상단으로 못 박은 데는 51개국이다. 올해 새로 도입하는 21개국 중 18개국이 상단에 넣기로 확정한 상태다. 상단으로 위치를 규정하는 이유는 판매점에서 하단의 경고그림을 가리고 진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경고그림은 보이지 않고 담배만 보인다. 문창진 부총장은 “경고그림을 하단에 넣으면 가리개에 가려져 하나도 안 보일 수 있다. 그러면 금연 효과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담뱃갑을 들고 다닐 때도 하단보다 상단의 경고그림이 더 잘 보인다.

경고그림의 취지는 흡연자에게 혐오감을 유발해서 담배를 끊게 하고, 청소년들이 흡연을 시작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효과를 극대화해야 하는데, 위치가 하단으로 바뀌면 효과가 반감되고 나아가 국민건강 후퇴로 이어진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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