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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이 최대 복지 최고 분배” … 더민주, 야유가 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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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의원 모두가 친기업인이 되어야 경제가 산다.” “성장이 최대의 복지요, 최고의 분배다.”

비례대표 최운열, 당선자 대회서 강연
“해외 골프관광 국내로 돌리면 4조 효과”
서비스법안에 의료산업 포함 주장
당론과 배치되지만 고함 없이 경청

새누리당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원내 1당이 된 뒤 20일 개최한 당선자 대회에서 공개적으로 나온 주장이다. 이런 주장을 편 사람은 중앙선대위 국민경제상황실장을 지낸 더민주 비례대표 4번 최운열(66) 당선자였다. 총선 기간 중 내건 경제정책의 배경과 철학을 공유하기 위해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강사로 지목했다고 한다. 이날 강연을 한 건 그가 유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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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열

최 당선자는 ‘문제는 경제야’라는 제목의 특강에서 “선거 과정에서 더민주는 기업을 옥죄고 경제를 옥죄는 정당이라는 공격을 많이 받았다”며 “우리도 친기업이어야 한다. 기업이 있어야 고용이 있다”고 말했다. 최 당선자는 “새누리당이 대기업 위주의 경제활성화라면 우리는 국민들의 소득을 먼저 늘려 내수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이끌어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민주에선 금기시돼온 이야기를 이어갔다.

최 당선자는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근로자에게 잘해줘야 한다”며 “과감하게 근로자의 임금 수준을 양보할 수 있어야 기업이 산다”고 주장했다. 최 당선자는 강연 후 기자와 만나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이 우리 경제 수준에 맞지 않게 높은데 노조의 조직력을 의식해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며 “경영자들이 먼저 희생하고 정규직들이 고통을 분담해야 고용도 늘고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조에 가입한 200만 명 근로자에게는 질책을 받겠지만 노조에 가입하지 못해 소외됐던 나머지 1700만 명 근로자에게는 희망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당선자는 또 강연에서 “돈 있는 분들이 기분 좋게 돈을 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경제가 살아나는데 돈 가진 사람을 죄악시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단적인 예로 연간 해외로 골프 가는 사람만 200만 명인데, 이들이 국내에서 골프를 치면 4조원 이상의 파급 효과가 있다”고도 말했다.

특히 당론과 다른 주장도 폈다. 최 당선자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발법)에 의료산업을 포함시키자고 했다. 당선자들에게 배포된 강연자료에서 그는 “고용을 늘리는 방법은 서비스산업 활성화에서 찾아야 한다”며 금융·교육·관광·물류와 함께 의료 분야를 서비스법 적용 대상에 포함했다. 이 대목은 자료엔 포함돼 있었지만 당선자대회가 길어지면서 강연 시간이 단축돼 직접 발언하진 못했다.

더민주는 그동안 서발법에 의료 부문이 포함되면 의료민영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며 법안 통과를 반대해왔다. 최 당선자는 강연이 끝난 뒤 “의료민영화라는 프레임에 갇혀 서발법이 통과되면 돈 있는 사람만 병원 가고 돈 없는 사람은 못 간다는 논리에 빠져 있다”며 “의료관광이 활성화되면 관광업 등에 파급효과가 크고, 이를 통해 늘어난 세수로 의료 복지를 확대하면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개인 의견이지만 당선자 워크숍 등에서 이야기해 공론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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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 당선자 60여 명이 최 당선자의 강연을 들었지만 고함이나 야유는 없었다. 최 당선자는 “일부 의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며 “지금까지 야당에서 금기시된 얘기지만 원내 1당이 된 만큼 주도적으로 경제 난국을 헤쳐 나가려면 더 솔직하고 용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운열은 누구=전남 영암 출신의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코스닥위원회 초대위원장, 한국증권연구원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등을 지낸 주류 경제학자다. 김 대표가 직접 순번을 정한 4명의 비례대표 중 한 명 이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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