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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엔진오일 1만~2만㎞에서 바꿔 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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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구입 직후 ‘유리막 코팅’과 각종 광택 작업은 피해야 한다. 차량 페인트가 자리잡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신형 말리부. [사진 한국지엠]

자동차는 고가의 소비재다. 보통 집 다음으로 비싼 소유품이다. 이 때문에 신차를 구입한 많은 운전자는 남다른 유지 관리법을 찾아 전문가에게 묻기도 하고, 인터넷도 찾아 본다. 내 차를 잘 관리하는 첫걸음이 ‘새 차 길들이기’다.

새 차 길들이기 이렇게
예열시간 가능하면 최소로 해야
다양한 환경서 차량 학습시켜야
중립주행은 되레 연비 떨어뜨려

하지만 정형화한 길들이기 방법은 없다. 인터넷에선 시행착오를 거쳐 경험한 다양한 노하우가 떠돌고 있다. 그렇다면 자동차를 직접 개발하는 연구원의 생각은 어떨까? 쉐보레 트랙스의 개발을 책임진 한국지엠 오승균 ‘성능 개발 책임자(Lead Development Engineer)’를 만나 올바른 자동차 길들이기 방법을 알아봤다.

최근 판매되는 신차들은 길들이기에 너무 많은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우리가 말하는 ‘길들이기’라는 건 이전에 사용하던 방법이다. 예전에는 ‘금속 가공’ 기술이 지금만큼 완벽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각종 부품들이 마모돼 자리를 잡으면서 불순물을 만들어 냈다. 이를 배출하기 위해 신차 구입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엔진오일을 교체하는 방법을 널리 쓰곤 했다.

하지만 이젠 과거보다 완성도 높은 가공 기술을 활용한다. 또한 부품의 내구성과 내마모성도 향상됐다. 초기 마모에 따라 불순물이 발생하지 않게 된 것이다. 따라서 신차를 산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엔진오일을 교체할 필요가 없다. 물론 오일을 자주 교체해서 나쁘지는 않지만 과도하게 교체시기를 앞당길 필요는 없다. 또한 차량 설명서의 권고에 따라 1만~2만㎞ 내외에서 오일을 교체하는 걸 추천한다. 5000㎞ 마다 교체하는 건 정비업소의 입장일 뿐, 제조사와 연구원들은 회사가 측정한 결과를 바탕으로 만든 사용자설명서를 참고해 달라는 입장을 보인다. 물론 가혹한 조건에서 차를 운행하는 경우 또는 시내 주행이 주를 이룬 경우라면 교체 시기를 조금 당길 수 있다.

엔진 예열 작업 역시 필요치 않다. 보통 일반적인 환경보다 혹독하게 시험을 마친 뒤 차를 양산하기 때문이다. 장시간의 공회전은 오히려 환경이나 차량에 좋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예열 시간을 줄여도 된다는 것이지, 시동을 걸고 난 이후부터 자유롭게 RPM을 높여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잠에서 깨자마자 전력으로 달리기를 하기 어렵듯 엔진에도 부담이 갈 수 있다. 디젤 엔진의 경우 불완전 연소 비율이 상승할 수도 있다. 때문에 예열 시간은 최소화하면서 각종 부속들이 부드럽게 움직이도록 여유롭게 운전하는 것이 좋다.

별다른 길들이기가 필요 없다고 신차를 받고 나서 아무렇게나 주행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차량 구입 뒤 일정 시간까지는 부드럽게 차를 운행하는 것이 좋다. 또한 자동 변속기에는 ‘학습 능력’이 있다. 운전자의 습관 또는 주행 환경에 맞춰 적정한 성능과 부드러운 변속을 발휘토록 하는 기능이다. 이 때문에 다양한 환경에서 차량을 ‘학습’시켜주는 게 좋다. 처음엔 국도·고속도로를 비롯한 다양한 환경과 다양한 속도로 주행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 천천히 주행한다고 차량에 좋은 건 아니다. 또한 ‘가다서다’가 많은 시내환경은 고속주행보다 엔진에 스트레스를 더 많이 준다.

변속기를 중립으로 설정하는 습관은 어떨까? 내리막길에서 변속기를 중립으로 두는 운전자들도 있다. 기어가 물리지 않는 만큼 변속기의 내구성 향상과 연비가 높아질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립 주행은 연료 차단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오히려 연비를 떨어뜨린다. 또한 주행 중 ‘N’에서 ‘D’로 변경시키면서 충격이 발생하기 때문에 변속기 내구성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시내 주행을 하는 경우도 N과 D를 오가는 것보다 D에 두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게 낫다.

브레이크는 최적의 성능 발휘를 위해 신차 구입 이후 500㎞까지는 부드럽게 조작해야 한다. 브레이크 패드와 로터 사이의 적응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버니시(Burnish)’라고 한다. 급정지를 반복하면 패드와 로터에 무리를 줄 수 있고, 비정상적 마모가 발생할 경우 이상적인 제동력을 발휘하기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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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구입 후 1500km까지 다양한 속도와 엔진 회전수를 경험시켜주는 것이 좋다. 사진은 더 뉴 메르세데스 AMG C63 쿠페.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일부 운전자들은 차량의 연비를 높이기 위해 신차를 산 다음 규정치보다 높게 공기압을 맞추기도 한다. 하지만 연구원들은 제조사가 표기한 공기압이 차량의 성능과 승차감 발휘에서 가장 이상적이라고 설명한다. 또 온도 변화에 따라 공기압도 바뀔 수 있는 만큼 꾸준히 점검하는 것이 좋다.

차를 아낀다고 주차장에만 두는 것도 좋지 않다. 장시간 움직이지 않다가 갑작스럽게 작동하기보다 정기적으로 고르게 움직이는 게 컨디션 유지에 도움이 된다.

차량 구입 후 바로 ‘유리막 코팅’을 하는 소비자도 많다. 하지만 코팅은 물론 각종 광택 작업을 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차량의 페인트는가 제자리를 잡기 위해선 1달 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이전에 다른 작업을 하면 오히려 도장 상태가 악화할 수 있다. 때문에 이 시기에는 세차도 제한적으로 하는 게 좋다.

그렇다면 고성능 차량의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성능 브랜드인 메르세데스-AMG 에 따르면 차량 구입 후 첫 1500㎞까지는 다양한 속도와 엔진 회전수를 경험시켜주는 과정을 추천한다. 다만 최대 속도로 주행하는 등 엔진에 무리는 주지 말아야 한다. 적절한 시점에 변속을 하는 학습 과정도 필요하다. 하지만 엔진과 변속기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 엔진 회전수가 붉은색 영역(레드 라인)에 도달하기 전엔 변속을 해야 한다. 또한 속도를 낮출 때 수동으로 저단 변속을 진행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초기부터 무리한 스트레스를 가하지 않기 위해서다.

결국 신차 길들이기는 ‘길을 들인다’는 관점이 아니라 ‘장기적 관리’로 접근해야 한다. 초기 길들이기만 잘하고 관리하지 않은 차와 별다른 길들이기를 하지 않았지만 꾸준히 관리를 했던 차는 성능과 내구성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오토뷰=김기태 PD kitaepd@autovie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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