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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세, 중·러 주도 CICA 첫 참석 유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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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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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오는 27~2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 교류·신뢰구축회의(CICA) 외교장관회의에 정부 수석대표로 참석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외교부 핵심 당국자가 19일 전했다.

27일 베이징 장관회의 긍정 검토
“북한 5차 핵실험 위협하는 상황
중·러와 긴밀하게 협의할 필요”

이 당국자는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지역협의체인 CICA 행사에 지금까지 외교부 장관이 참석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이번엔 매우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북한이 5차 핵실험 위협을 하는 상황인 만큼 회의에 참석해 중·러와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는 게 안팎의 중론”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실무부서에서 이미 긍정적 의견을 올렸고, 일정 조율 등이 남아 있다. 수일 내에 중국 측에 참석 여부를 통보할 것”이라고 전했다.

CICA는 1992년 출범했다. 아시아·중동 등의 24개국이 정식 회원국이다. 한국은 2006년 가입했다. 미국과 일본은 옵서버 회원국으로만 참여하고 있다. CICA는 환경·경제·군사 등 분야에서 신뢰 구축과 분쟁 예방을 위해 탄생했다. 하지만 2014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상하이 CICA 정상회의에서 “아시아의 안보는 아시아 국가들이 주도한다”는 ‘신안보관’을 발표하면서 미국 중심의 안보 체제에 대항하는 협의체로 부각했다. 윤 장관은 지난해 7월 관훈토론회에서 “CICA 정상회의 결과문서 초안에 한·미 동맹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문안이 있어 중국과 교섭해 삭제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간 정부는 “기존의 안보질서 대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미·중 사이에서 균형점을 모색해 왔다. CICA 가입 이후 장관급이 참석한 것은 2014년이 유일하다. 이때도 외교부 장관이 아닌 류길재 당시 통일부 장관이 정부 대표였다. 하지만 북한의 추가 도발이 우려되는 지금은 이전과 국면이 다르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윤 장관이 CICA에 가면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는 어떤 형식으로든 만나 북핵 관련 논의를 할 것이라고 정부 당국자는 전했다. 정부는 19일 한·미·일 외교차관급 협의와 20일 한·미 고위급 전략 협의에 이어 중·러와도 함께 일치된 대북 경고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단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은 19일 3국 차관협의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추가 도발 감행 시 북한은 국제사회의 더욱 강력한 제재와 깊은 고립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중은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는 생각으로 계속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립외교원 조양현 교수는 “북한 핵실험 이후 우리 외교가 한·미·일로만 다시 밀착한다는 비판이 있는데, CICA 참석을 통해 미국과 안보 협력을 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 발전을 계속할 것이란 일관성을 보여줘야 한다”며 “북한 문제에 있어 러시아를 끌고, 중국을 설득하기 좋은 공간적 기회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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