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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까지 간 한인 성매매…한·미 경찰 합동 검거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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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시에서 13일(현지시간) 스파시설로 위장한 한인 성매매업소 적발에 나선 한·미 합동단속반. 업주와 직원, 한국인 성매매 여성 등 11명이 현장에서 적발됐다. [뉴욕중앙일보 서승재 기자]

| 서울경찰청 경사 등 3명 참여
한글로 된 증거자료 확보 지원

지난 13일 오전 6시쯤(현지시간) 미국 뉴욕주와 뉴저지주 일대의 성매매 업소에 대한 기습 단속이 시작됐다. 한국과 미국 경찰이 공조한 최초의 합동 검거 작전이었다. 미국에선 국토안보수사국·외교안전국 등 3개 기관 소속 경찰관 250명이, 한국에선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소속 이수진 경사 등 3명이 참여해 합동단속반을 꾸렸다.

합동단속반은 성매매 업소와 알선업체 사무실 등 12곳을 동시에 들이닥쳤다. 1차로 미국 경찰이 현장에 진입해 성매매 업주와 성매매 여성, 알선업체 관계자를 체포했고 한국 경찰은 현장 지원 및 증거자료 수색에 주력했다. 한인 성매매 업소라는 특성상 업주 대부분이 한국인이거나 미국 국적의 한인이었고, 성매매 장부와 기록 등 모든 증거자료가 한글로 작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확인한 성매매 업소는 대부분 ‘마사지 센터’ 간판을 달고 있거나 일반 주택과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내부에는 침대가 놓인 작은 방들이 줄지어 있었다.

한국 경찰이 확인한 장부에는 성매매 일자와 이름, 휴대전화번호, 특이사항 등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현장 수사관으로 파견된 국제범죄수사대 이수진 경사는 “업주들은 성매수 남성들에 대한 기록을 공유하며 규모를 키운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 성매매 사이트 서버는 한국에 둬
모자가 알선·수금 역할 분담도

경찰이 급습한 성매매 업소엔 한국 국적의 20~30대 여성들이 고용돼 있었다. 90일간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는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활용해 미국에 입국한 뒤 원정 성매매를 벌인 한국 여성들이었다. 성매매를 대가로 버는 수입은 1회당 200달러(약 23만원) 안팎이었다. 업주들은 한국 여성들이 일하고 있다는 점을 홍보하기 위해 ‘Asian dream girl(아시안 드림 걸)’ ‘Asian flower(아시안 플라워)’ 등의 문구를 인터넷에 올려 남성들을 끌어모았다.

경찰 수사 결과 한인 성매매 업소가 규모를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성매매 알선업체 덕분이었다. 성매매 알선업체의 총책 김모(38)씨는 국내에 머물며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성매매 여성들의 프로필 사진을 올렸다. 성매매 알선 사이트는 국내에 기반을 둔 서버 호스팅 업체를 통해 운영하며 미국 수사당국의 추적을 따돌렸다.

성매매 업소와 성매수 남성을 연결시켜주는 대가로 김씨는 업소 한 곳당 한 주에 70~150달러(8만5000~17만원)의 광고비를 챙겼다. 미국 에서 성매매 업소를 돌며 광고비를 수금하는 역할은 김씨의 어머니인 함모(63)씨가 맡았다. 김씨 일당은 이런 방식으로 최소 29곳의 성매매 업소에 대한 인터넷 광고를 도맡으며 최고급 스포츠카를 타고 다니는 등 호화생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 뉴욕·뉴저지 일대 업소 12곳 급습
성매매 여성 등 48명 현장 적발

성매매 업소 단속을 위한 한·미 경찰 간 공조수사가 시작된 건 지난해 7월이었다. 2014년 11월 미국 경찰은 한인 성매매 업소가 기승을 부린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자체 수사를 거쳐 한국에 공조를 요청했다. 지난해 9월에는 미국 경찰 관계자가 방한해 한·미 간 수사정보를 교류하고 증거자료를 분석하는 회의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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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합동단속을 통해 한·미 경찰은 한국의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40명의 한국인 성매매 여성 등 총 48명을 현장에서 적발했다. 비슷한 시점에 성매매 알선 총책 김씨도 국내에서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합동단속으로 체포한 피의자들을 되도록 빨리 국내로 송환해 처벌하고 한·미 합동단속도 계속 벌이겠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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