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이세돌 시대' 이렇게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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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시대'란 표현이 스스럼없이 나오고 있다. 올해 LG배 세계기왕전에서 이창호9단을 꺾고 우승한 이세돌은 후지쓰배에서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9단과 송태곤4단을 따돌리며 2관왕에 올라 최강자로서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그는 우승 보너스로 국내 최연소 '9단'이 되는 기쁨도 누렸다.

그러나 과연 '이세돌 시대'란 말은 온당한 것인가, 이세돌이 진정 세계최강자인가에 대해서는 반론도 비등하다.

동시에 이창호의 허무한 패배가 가슴을 적신다. 지난 10년간 무적의 이미지를 심어준 이창호. 그처럼 느린 바둑이 세계 최강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오랜 세월의 수수께끼였다. 그 이창호가 다시 수수께끼를 던지고 있다. 연전연승하던 이창호가 돌연 연전연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조훈현9단과 임선근9단 두 기사의 분석을 들어본다.

◇조훈현9단=이세돌이 이창호를 넘어섰다고 볼 수는 없다. 이창호는 집바둑과 전투바둑 사이에서 스타일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중인데 이것은 마치 투수가 투구폼을 교정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있다.

어떤 사람이든 바둑 스타일은 변하게 마련이다. 이창호는 집바둑을 두다가 전투로 변신하려는 모습을 보이더니 다시 집바둑으로 돌아선 느낌을 준다. 지금 '변화 중'이라서 그의 전력이 1백% 드러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세돌은 강하지만 아직은 불안정하다. 아직은 단독 최강이라고 보기 힘들다. 다만 바둑의 특성상 10대와 20대는 강력한 집중력을 모을 수 있고 왼종일 공부해도 질리지 않는다. 체력.기세.정신력에서 한발 앞선다. 이창호만 해도 요즘은 테니스도 하고 운전도 하고 술도 마신다. 밤새워 공부하지도 않는다.

◇임선근 9단=이세돌은 거듭 우승을 거두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정하다. 이창호의 탁월한 실력과 정신력을 감안할 때 아직은 '이창호-이세돌 양강시대'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다만 이창호의 기풍변화가 감지되는데 그 변화가 승부를 너무 서두르는 마이너스적인 요소를 띠고 있다는 점이 불안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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