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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지 고양이 덕에 망해가던 여관 되살아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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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타마 여관 홈페이지 캡처]

일본에는 고양이와 관련된 관용어가 하나 있다. '고양이의 손이라도 빌리고 싶을 정도(猫の手も借りたいくらい).'

도움의 손길이 절실할 때는 고양이의 손이라도 빌려야할 정도로 절박하다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그런데 일본에서 정말로 이 고양이의 손이 주인을 도운 사연이 있다.

망해가던 90년 된 온천 여관을 고양이가 살린 것이다. 올해 일본 전국 료칸(여관) 고양이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미루쿠라는 고양이가 기적같은 이야기의 주인공. 이야기의 무대는 일본 오이타현 벳푸시에서 창업한지 90년된 아라타마(新玉) 여관이다.

여관 주인인 고토 후지에(後藤藤惠)는 13년 전부터 길 잃은 고양이를 보호하고 중성화 수술 등도 해주어 지금까지 130마리의 버려진 고양이를 구해냈다. 하지만 전부 자비를 들여 고양이를 돕다 보니 지난해 8월 빚이 360만엔(약 3800만원)으로 늘어났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여관을 닫아야 하나 고민도 했다.

그런데 여관에서 기르던 8살 된 고양이 미루쿠가 뜻밖에도 여관 손님들 사이에서 인기를 누리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미루쿠는 사람의 나이로 치면 48세. 생후 2주정도 되었을 때부터 여관 주인이 거둬 길렀다. '중년 고양이' 미루쿠의 특기는 마사지다. 손님의 허리 위에 올라가 두 앞발을 번갈아 가며 꾹꾹 누른다. 묘하게 안정이 되면서 기분이 좋아진다는 고양이 마사지를 받아본 사람들이 동영상을 올리고 입소문을 내면서 아라타마 여관은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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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 고양이 미루쿠가 손님의 허리를 꾹꾹 눌러 마사지하는 모습

올해 2월 22일 고양이의 날을 맞아 온라인 사이트 라쿠텐 트래블이 발표한 2016년 전국 료칸 고양이 순위에서 미루쿠는 1위를 차지했다.

아라타마 여관에는 미루쿠 외에도 15마리의 고양이들이 살고 있다. 낯가림도 있지만 애교를 부릴 때는 확실한 고양이 뮤뮤도 이 여관을 대표하는 고양이다. 배를 보여주는 '뎅구르르' 포즈와 골골거리는 소리가 매력 포인트다. 푹신푹신한 털의 촉감과 귀여운 표정 덕에 인기가 좋다. 여관 주인 고토는 "이것이야말로 '고양이의 보은’(2002년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만든 애니메이션) 같은 이야기"라면서 "고양이들 덕분에 여관업을 계속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손님의 허리를 꾹꾹 밟아 마사지를 해주는 고양이 미루쿠 동영상.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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