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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오세훈 “정세균이 바닥 얼마나 다져놨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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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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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4·13 총선에서 서울 종로 탈환에 실패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8일 “내가 죄인인데 무슨 말을 하겠느냐,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이 바닥을 얼마나 다져놨던지…”라고 심경을 털어놨다. 이날 강남의 한 식당에서 남경필 경기지사, 정병국 의원, 권영세 전 의원과의 모임에서다.

남경필이 마련한 낙선자 위로 모임
“바람선거만 치러봐 많이 놀란 듯”

한 참석자는 “16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우세 지역인 강남에서 당선되고 ‘바람 선거’인 서울시장 선거만 치러본 오 전 시장이 이번에 정통 바닥선거를 경험하면서 많이 놀란 것 같더라”고 말했다. 그는 “오 전 시장이 ‘종로에 와 보니 지방(진안-무주-장수-임실) 출신 의원의 장점을 살린 정세균 의원이 바닥 민심을 엄청 훑어놨더라’고 혀를 내둘렀다”며 “이번에 여러 정치 현실을 실감했고 앞으로 당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필요한 역할이 주어지면 뭐든 하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전북에서 4선을 한 정세균 의원은 종로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이번이 6선째다.

모임이 끝난 뒤 오 전 시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더민주 소속 재선 구청장이 이미 진지를 다 구축해놨더라 ”고 말했다. 향후 역할론과 관련해선 “거기까지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날 모임은 남 지사가 정병국 의원을 제외한 낙선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고 한다. 정두언(서울 서대문을) 의원은 참석하지 못했다.

이 모임에선 총선 참패 후 당의 재건 방향에 대한 고민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원유철 원내대표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길어야 한두 달일 텐데 이렇게까지 시끄럽게 할 필요가 있느냐. ‘원 원내대표가 고집을 부리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는 얘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초·재선 의원들이 나서서 당을 혁신하자고 쓴소리를 하는데 우리도 초심으로 돌아가 당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울타리가 되자”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이 참석자에 따르면 원 원내대표 중심의 비대위 체제가 흔들릴 경우 정병국 의원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란 얘기도 나왔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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