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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년 만에 열렸다, 나무 종자 50t 품은 충주 비밀의 숲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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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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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충주 채종원을 찾은 아이들이 숲해설사 이현복씨(왼쪽)와 함께 나무에 청진기를 대보고 있다. 충주 채종원은 48년 만에 개방됐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8일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 충주 백합어린이집에서 온 원생 18명이 숲해설사를 따라 독일가문비나무 숲길을 걸었다. 숲해설사가 “여러분 나무에 청진기를 한번 대 보세요. 무슨 소리가 들리나요”라고 묻자 이지민(6)군이 “우와~ 선생님 들려요! 심장소리 같기도 하고 새소리 같기도 하고. 나무야 안녕”이라며 소리를 질렀다.

1968년 수안보에 조성한 ‘채종원’
산림녹화 위한 나무 씨앗 보급소
전국서 모은 우수 종자 복제·번식
올부터 단체 대상 체험 프로그램

이날 아이들은 잣나무·소나무·편백나무 같은 나무 씨앗을 직접 만져보고 낙엽송·참나무로 가꿔진 500여m 산책코스를 둘러봤다. 어린이집 윤민희(49·여) 원장은 “말로만 듣던 우리나라 최고의 산림 정원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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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에 싸여있던 나무 씨앗 보급소 충주 채종원(採種園)이 개방됐다. 1968년 산림녹화사업의 일환으로 수안보면 수회리 적보산 기슭에 조성한 지 48년 만이다.

채종원은 질 좋은 나무 씨앗을 생산하는 곳이다. 이를 위해 전국에서 우수한 형질의 수형목(秀型木), 이른바 ‘엄마 나무’를 선정한다. 채종원에 심은 나무들은 수형목을 복제 번식시킨 나무들이다. 수형목에서 나오는 씨앗 양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씨앗을 대량 생산할 수 있도록 조성한 게 채종원이다. 수형목은 ‘생장이 왕성할 것’ ‘굽어지거나 비틀어지지 않을 것’ ‘병충해에 걸리지 않은 것’ ‘상당량의 종자가 달릴 것’ 등 선발 기준도 엄격하다. 정지희(36·여) 연구사는 “어디서든 잘 자라고 모양도 예쁜 나무가 채종원에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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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종원을 방문한 아이들이 산림유전자원실에서 나무 씨앗을 만져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주 채종원은 187ha(187만㎡) 규모로 76년부터 잣나무·낙엽송·리기다소나무·리기테다소나무 등 27개 수종의 나무 씨앗을 생산한다.

채종원에 심은 나무는 높이가 7~8m로 낮은 편이다. 그 이상 자라면 가지를 친다. 이병실 종묘관리과장은 “이래야 씨앗을 채취하기도 쉽고 방재작업이나 제초가 쉽다”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나무 사이 간격도 7m로 넓다. 일반 조림용 나무의 식재 간격은 1.5~1.8m 정도다. 나무마다 코드 번호를 부여해 엄마 나무(수형목)가 누구인지, 기후정보와 지형·시기, 지금까지 관리는 어떻게 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화했다. 충주 채종원에는 복제나무 숲인 클론보존원(11㏊)도 있다. 2700그루의 수형목 복제 나무가 있다. 혹시 모를 수형목 손실을 대비하고 채종원 조성에 쓰일 묘목을 생산하기 위해서다. 복제나무는 수형목의 가지 등을 잘라내 만든다. 채종원에는 종자 50t을 보관할 수 있는 종자보관실도 있다. 종자를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해 온도는 4도로 맞추고 습도는 28%를 유지한다.

채종원은 충주 외에 춘천·강릉·안면·수원·제주·고창 등 6개 지역에 나뉘어 있다. 기후와 환경에 맞게 수종관리를 하기 위해서다. 총 면적은 780.6㏊다. 소나무·해송·잣나무·낙엽송 등 침엽수 15개 수종과 상수리나무·굴참나무·졸참나무 등 활엽수 47개 수종이 채종원 별로 나뉘어 심겨져 있다. 이번에 공개된 충주 외 6개 지역 채종원은 여전히 비공개다. 충주를 포함해 채종원 전체로 지금까지 253t의 우수 나무 종자를 생산했다.

채종원은 그동안 종자관리와 품종 보안·산불 위험성 등을 이유로 외부인 출입을 금했다. 박광서 산림청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 기획팀장은 “국민과 산림의 가치를 공유하고 유일한 산림녹화 성공국으로 그 과정을 알리기 위해 개방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두 달 동안 시험 개방을 했고 올해부터 단체 예약을 받아 체험프로그램 등을 상시 운영한다. 단체(30명 기준) 방문을 원칙으로 한다. e메일(phj8732@korea.kr), 전화(043-850-3323)로 신청하면 된다. 입장료는 없다.

충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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