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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건강 과일' 로 여름을 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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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지난 8일 오후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

장마 시작 전의 후덥지근한 더위가 한창인 가운데 탐스런 과일들이 매장마다 수북하다.도매상들의 대형 트럭 행렬이 뜸해진 이 시간엔 싼 값에 좋은 과일을 사려는 알뜰 주부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이달 들어 여름 과일들이 쏟아지면서 노점 판매대에 놓이는 과일 종류가 많아졌다. 4∼5월경 등장한 수박·참외에 이어 최근에는 자두·복숭아·포도 등 새콤달콤한 과일들이 등장했다.늦봄부터 나왔던 산딸기·살구·오디·매실 등은 한창 때를 지나 끝물이다.

요즘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자두와 체리.천도복숭아 등이다.

자두 한 박스를 차에 싣고 있던 주부 김성희(33.서울 도곡동)씨는 "세살난 아들이 자두를 좋아해 제일 맛있는 품종을 골라 한 박스 샀다"며 "동네에서 파는 것보다 싱싱하고 가격도 싸서 가끔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복숭아와 포도도 굵직한 모양이 탐스럽고 맛있어 보인다. 하지만 너무 비싸 살 엄두는 나지 않는다. 아직 제철이 아니라서다. 최상급의 경우 겨우 7~8개 들이 복숭아 5kg짜리 한 박스가 4만원을 호가한다. 5kg짜리 거봉 포도 한 박스는 4만원이다.

한 상인은 "가격이 너무 비싸 1~2kg씩 포장해 놓으면 사가는 사람이 없어 5kg씩 포장해 둔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상인들은 "포도는 지금이 제일 맛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상인은 "하우스에서 재배된 것이라 당도도 뛰어나고 품질도 좋다"며 "8월부터 나는 캠벨 포도는 노지(포도밭)에서 재배되는데 신맛이 강한 편"이라고 말했다.

포도의 종류도 많다. 알이 굵고 단맛이 강한 거봉포도 외에 씨가 없고 알갱이가 작은 델라웨어종(최상급6kg이 3만~4만원)과 청포도(3kg 2만5천원 정도)도 눈에 띈다.

열대 과일인 망고와 파인애플.키위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망고는 올해의 히트 과일이다.

한 상인은 "비타민 A가 많이 함유돼 눈의 피로회복에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망고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하나만 먹으면 배가 불러 식사 대용으로도 그만"이라고 말했다. 건강 열풍이 불면서 토마토 판매도 늘었다. 영양소가 풍부하다고 알려져 주스를 만들어 먹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노광석 조사팀장은 "지난해 15kg에 4천1백원이던 토마토가 올해는 1만5백원을 호가한다"며 "작황이 안좋아 공급은 줄었는데 수요는 오히려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남편과 함께 시장을 보러나온 이명천(여.51.석촌동)씨도 10kg짜리 토마토 한 상자를 7천원에 샀다.

이씨는 "주스를 만들어 먹기 위해 중간등급 토마토를 상자째 샀다"며 "토마토는 값이 싸면서도 건강에 좋다고 해서 즐겨 먹는다"고 말했다.

다음날인 9일 아침부터는 장대비가 내렸다. 오락가락하던 장마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비였다. 비가 오면 과일 가격은 떨어진다. 과일이 습기를 먹으면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9일 아침 가락동시장 경매장에선 과일이 전날보다 3%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올 들어 과일의 가격이 예년(지난 5년간의 평균)에 비해 30% 가량 높았던 것을 감안하면 그리 나쁜 가격은 아니다.

특히 이달에는 날씨가 덥고 과일의 질이 좋아 가격이 높았었다.

6월 말부터 9월까지 장마와 태풍이 반복되면서 과일 작황과 판매가 모두 엉망이었던 지난해는 상인들에게 최악의 해였다.

노점 판매대에서 과일을 팔고 있던 한 상인은 "경기가 나빠져 판매량이 많이 줄었는데 비까지 내려 걱정"이라며 "빨리 장마가 끝나 한여름 무더위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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