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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가 말하는 나의 인생 나의 건강|최규남 박사<88·전 서울대총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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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세상은 어차피 어려운 것, 어려운 일 걱정 말고 불안해하는 마음을 오히려 경계하시오. 마음을 다스리면 건강 장수할 수 있습니다.』
6·25사변 등 격동기에 문교부장관과 서울대총장으로 교육계를 누벼왔던 동운 최규남박사-.
헌칠한 키와 또렷한 목소리, 윤기 있는 피부는 미수라고 여겨지지가 않는다. 인생을 달관한 듯한 그윽한 분위기마저 풍긴다.
동운은 어린 시절부터 야구선수로 체력을 다져온 스포츠맨이라고 자임한다.
그러나 정작 성인이 됐을 때 자신은 두가지 측면에서 건강법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었다고 말한다.
소위 화학적 요법과 물리학적 요법이 바로 그것.
우리나라 최초의 물리학박사답게 과학 용어를 원용, 건강법을 함축시킨 동운은 우선 정신을 강조하는 화학요법부터 출발해 간다.
정신요법의 요체는「안분지족」(분수에 맞는 생활).
인생이란 살고 보니 아옹다옹하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깨닫고, 불안과 초조로 가득 찬 현대생활에서 멋을 찾아 여유 있게 생활할 것을 권고한다.
현실은 불만의 다른 이름이요, 끝내 과욕을 낳고 과욕은 마음의 혼란을 낳고 이것은 다시 만병을 낳는다는 논리다. 따라서 마음의 평정은 곧 건강의 공리라는 것.
그래서 회사 등 조직생활에서 소신없이 눈치나 보고, 상사 비위나 맞추려는 주관 없는 사람들은 건강에도 영향을 받아 단명하더라는 이색 경험담을 털어놓는다. 「마음의 평정」이 끝나고 난 뒤에는 체력에 중점을 두는 물리요법을 실행한다.
매주 한번씩 필드에 나서는 골프의 생활화와 하루 2끼만 드는 소식과 과언이 그것이다.
또한 동운이 꼭 지키는 생활건강 원칙은 피로를 적체시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피로를 그때그때 풀지 않으면, 특히 고령자에게는 만병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정년퇴직한 후라도 취미생활과 일거리를 찾아 끊임없이 삶의 의지를 불태워야 건강 장수할 수 있다는 것이 동운의 건강장수론이다.
요즘에도 70세 이상의 노인들로 구성된 장춘회의 회장에다 학술원종신회원·회림육영재단 이사장으로 정력적인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틈이 나는 대로「한국개화교육의 회고」를 집필하고 있다고.
『이제 6년제 장수학교(회갑·고희·희수·미수·학수·귀수)의 4학년으로 이왕 입학을 했으니 졸업까지 해야되지 않겠느냐』며 활짝 웃는 동운은 차라리 영아로 되돌아간 달인 같다.
글 방원석기자 사진 장충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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