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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m 날린 박병호 , 올 빅리그 비거리 ‘넘버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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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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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2연승을 이끈 박병호(왼쪽)가 홈런을 때린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미네소타=AP 뉴시스]

홈런 비거리 466피트(142m). ‘아시안 슬러거’의 등장에 메이저리그(MLB)가 술렁이고 있다.

시즌 2호포, 관중석 2층에 떨어져
2010년 개장한 홈 구장 최장 기록
타구 속도도 182㎞, 전체 9위 올라

박병호(30·미네소타)는 17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타깃필드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의 홈 경기에 7번·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에인절스 선발 제러드 위버는 전날 결승 2루타를 때린 박병호에게 1회 변화구만 6개를 던진 끝에 볼넷으로 내보냈다. 3회 땅볼(4구), 5회 뜬공(4구)을 기록한 박병호는 5-4, 1점차로 앞선 8회 잠수함 투수 조 스미스와 대결했다.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5구째 슬라이더(시속 127㎞)를 받아친 타구는 로켓처럼 날아가 가운데 담장 2층 관중석에 떨어졌다. 중계 카메라가 타구를 놓쳤을 만큼 빠르고 큰 타구였다. 미네소타의 6-4 승리를 확정하는 박병호의 MLB 2호 홈런이었다.

ESPN 홈런 트래커에 따르면 이 홈런의 비거리는 466피트였다. 이 사이트를 기준으로 하면 올 시즌 MLB에서 박병호보다 큰 홈런을 때린 선수는 지난 11일 쿠어스필드에서 471피트(143.6m)짜리 아치를 그린 놀란 아레나도(콜로라도)뿐이다. 해발 1600m 고지대에 위치한 쿠어스필드에서는 공기 밀도가 낮아 타구가 더 멀리 날아간다. 구장 변수를 제외하면 박병호의 이날 홈런이 올 시즌 MLB에서 나온 가장 큰 타구라고 봐도 무방하다.

ESPN 홈런 트래커 기준으로 박병호의 홈런은 지난 2010년 개장한 타깃필드에서 나온 최장거리 대포다. MLB 공식 홈페이지가 측정한 비거리는 451.2피트(137.5m)로 올 시즌 6번째에 해당한다. 분석 사이트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박병호의 홈런을 직접 본 현지의 반응은 하나같이 뜨겁다. “타구는 어디로 사라졌을까?(미네소타 구단 트위터)”, “매머드 같은 폭발력을 뽐냈다(MLB.com)”, “박병호의 원초적인 힘을 믿을 수가 없다(ESPN)”, “공을 완벽하게 쪼갰다(미네소타 파이어니어 프레스)” 등의 찬사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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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홈런의 타구 스피드(speed off bat)는 시속 112.9마일(181.7㎞)에 이르렀다. 이는 올 시즌 MLB에서 나온 홈런의 타구 스피드 중 9번째로 빠르다. 보통 160㎞ 이상의 타구를 ‘총알 타구’로 표현하는데 박병호의 타구는 그 이상이다. 지난 9일 박병호가 때린 첫 홈런의 타구 스피드도 171.5㎞에 달했다. 맞바람을 뚫어낸 비거리는 134.4m였다. 당시에도 박병호의 파워에 동료들과 현지 언론들이 크게 놀랐는데, 2호 홈런은 더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 빅리그, 아시아인 장타력 인정 안 해
오 사다하루 868개 홈런도 평가절하
“매머드 폭발력” “믿지 못할 힘” 찬사

박병호의 괴력은 아시아 야구에 대한 MLB의 인식을 바꿔놓고 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친 타자는 일본의 오 사다하루(76·통산 868홈런)이지만 MLB는 이 기록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2016년의 박병호는 MLB에서 전혀 다른 대접을 받고 있다. 그의 장타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오 사다하루는 압축배트를 사용했던 시대에 활약했다. 게다가 일본 야구장의 크기가 MLB보다 작기 때문에 오 사다하루는 ‘아시아의 홈런왕’ 이상의 대접을 받지 못했다. 2000년대 일본 최고의 장타자 마쓰이 히데키(42)는 MLB에서 10년을 뛰는 동안 30홈런 이상은 단 한 차례(2004년 31홈런)만 기록했다. 2003년 56홈런을 날린 이승엽(40·삼성)도 MLB에선 경쟁력이 높지 않을 거라는 평가를 받았다. MLB에서 성공한 아시아 모델은 스즈키 이치로(43·마이애미)나 아오키 노리치카(34·시애틀) 등 교타자였다.

박병호의 체격(1m86㎝,100㎏)은 MLB 평균 정도다. 그러나 타고난 파워에 지독한 노력까지 더해지면서 MLB도 놀라게 하는 파워가 만들어졌다. 근력과 탄력을 잔뜩 모았다가 한 번에 폭발하는 기술은 MLB 톱클래스 수준이다. 누구보다 일찍 훈련을 시작하고 아무리 피곤해도 웨이트트레이닝을 거르지 않는 성실함이 만들어낸 결과다.

박병호는 정규시즌 개막 후 5경기 동안 18타수 11삼진(타수당 0.61삼진)을 당했다. 그러나 MLB 투수들의 공을 계속 보면서 이후 4경기에선 13타수 3삼진(타수당 0.23삼진)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투수들과 대등한 볼카운트 싸움을 하면서 아시안 슬러거 박병호의 괴력이 드러나고 있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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