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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일 년에 400건 산불 잡는 전문 소방관 따로 있대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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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사는 동네에 작은 동산 하나 없는 소중 친구들 혹시 있나요? 몇몇 평야 지역을 빼곤 웬만한 우리 땅에선 높든 낮든 산과 이웃하고 있답니다. 산림청은 국토의 64%를 차지하는 산을 가꾸고 관리하는 기관이랍니다. 산을 어떻게 관리하고 가꾸냐고요?

소중은 그 궁금증을 풀어보기로 했습니다. 산마다 지천으로 널린 꽃향기에 넋을 잃는 4월, 식목일이 갓 지난 7일 소중 학생기자들이 정부대전청사 내 산림청을 찾아갔습니다. 산림청이 하는 일도 알아보고, 숲의 기능도 배워봤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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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성호 산불방지과 주무관(오른쪽)이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전
국의 산불 위험도 상황 모니터를 설명하고 있다.

3~4월에 가장 바쁜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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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산림청의 심장, 산불재해상황실로 향했어. 방화문을 열고 들어가니 영화에서나 보던 어마어마한 풍경이 펼쳐졌어. 벽면을 가득 채운 모니터에 한반도 위성지도가 떠 있었지. 입을 떡 벌리고 있는데, 이성호 산불방지과 주무관이 우리를 맞았어.

“환영합니다. 이곳은 전국의 산불 상황을 확인하고 통제하는 중앙 본부입니다. 산불을 진화하는 헬기 현황, 각 지역별 산불 위험 정도, 산불 발생 지역 현황 등이 각각의 모니터에 표시되지요. 다행히 오늘은 불난 지역이 없습니다.”

산불 위험 정도를 알려주는 모니터에는 파란 점이 가득했어. 파란색은 산불이 날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뜻이야. 노란색은 ‘주의’, 오렌지색은 ‘경계’, 빨간색은 ‘심각’을 의미한대.

“어제만 해도 모니터가 오렌지색으로 가득했습니다. 심지어 빨간색도 있었고요. 이곳에서 수십 명이 정신 없이 상황을 체크하고 지시하느라 바삐 움직였지요. 간밤에 비가 많이 내린 덕에 오늘은 상황실이 조용한 겁니다. 저도 노란색 근무복 대신 평상복으로 갈아입었고요.”

이 주무관은 산불 진화 관련 동영상을 보여줬어. 영상에 따르면 한 해 400건의 산불이 난다고 해. 산불이 났을 땐, 산불 감시원이 신고를 하고 휴대전화의 위치 정보를 활용해 산불 위치를 알려줘. 그럼 ‘산불 소방관’인 진화대가 출동해 현장 상황을 파악한 뒤 본부에 보고하지. 산불 현장에 사람이 있으면 구하고, 진입도로 상황은 어떤지 확인하고 교통 통제를 해. 산불 진화 전용 헬기가 도착하면 현장 영상을 본부로 전송하고 산불 진화를 시작해.

대형 헬기는 한번에 3000리터, 초대형 헬기는 한번에 8000리터의 물을 투하해 불을 끈대. 산불 진화대원들은 진화용 호스와 펌프를 설치해 산불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저지선을 구축하지. 불을 다 끄고 나면 남아 있는 불씨는 없는지 확인한 다음 철수한다고 해.

“산불 진화용 헬기는 전국 11개 지역 격납고에 3~5대씩 나뉘어 배치돼 있습니다. 전국 어디에서 산불이 나든 30분 안에 도착할 수 있지요.”

우리가 흔히 아는 소방대원이 아니라 산불 소방대가 따로 있다는 게 신기했어. 이 주무관은 “서울 지역은 길이 좋아서 소방관이 산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지만 그 밖의 지역은 길이 좁아 소방차는 올라가지 못한다”고 설명했어. 여느 소방관들은 산 아래 사람들이 사는 지역까지만 맡아서 불을 끄고, 산불은 산불 진화대원들이 따로 끈다는 거야.

“3~4월은 건조하고 바람이 불어서 일 년 중 가장 위험한 계절입니다. 한 해 산불의 50% 이상이 이 기간에 일어납니다. 그래서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도 24시간 돌아가지요.”

휴~. 봄비가 정말 고맙다고 생각하며 우리는 발걸음을 돌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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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숲 사랑 체험관에서 딱따구리 소리를 내는 장난감을 만들어 본 소중 학생기자들. 3 나무 조각 두 개를 단단히 묶고 끈을 매단 뒤 일정 간격으로 매듭을 지어 훑어내리면 소리가 난다.

도심에서 숲을 배우는 숲 사랑 체험관

다음에 우리가 향한 곳은 청사 건물 1층에 있는 숲 사랑 체험관이야. 이복순 숲해설가가 맞아줬지.

“환영합니다. 이곳은 무료로 숲을 배울 수 있는 산림교육장이랍니다. 연간 2만4000명이 다녀가지요.”

체험관 입구에서 편백나무·잣나무·졸참나무 등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대표적인 나무의 단면과 나이테를 살펴볼 수 있도록 꾸며놓은 나무 표본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었어. 나무의 부산물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보여주는 전시물도 있었지.

“가지치기를 하고 남은 부산물은 잘게 부수고 톱밥으로 만들어 압축시켜 보일러나 난로 연료로 쓴답니다.”

산불을 끄는 데 사용되는 헬기 3종의 미니어처가 전시된 공간도 있었어. 이 해설가는 색종이로 만든 프로펠러를 날려 보였어. 바람이 없는데도 종이 날개가 뱅그르르 돌며 바닥으로 사뿐히 내려앉았지.

“단풍나무 씨앗을 날리며 놀아본 적 있나요? 바로 그 원리랍니다. 헬기의 프로펠러가 단풍나무 씨앗 날리기에서 착안한 거라고 하지요.”

숲이 울창해질수록 물을 저장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걸 모형으로 보여주는 코너도 있었고, 우리나라 숲의 변화상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전시물도 있었어. 50년 전만 해도 산에 나무가 없었지 뭐야.

“벌거벗은 산이 많았지만 열심히 나무를 심어서 점점 아름다워졌답니다. 이렇게 아름답게 가꾼 산에 산불이 나면 한순간에 초토화돼 버린답니다. 국민 모두가 조심해서 지켜줘야 해요.”

우리는 체험관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숲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2층 체험장으로 올라갔어. 나무토막에 단단히 묶은 매듭줄을 손으로 훑으면 딱따구리 소리와 개구리 소리를 내는 장난감을 만들어봤지. 이 재료도 숲 가꾸기를 하고 남은 부산물이래. 숲이 주는 걸 참 알뜰하게 사용한다는 느낌이 들었어. 체험관 곳곳에 있는 나무의 힘일까?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재미도 있고 힘도 들지 않았지. 소중 친구들도 대전에 갈 일이 있다면 꼭 찾아가 보면 좋겠어.

산림청 주요 산하기관이 하는 일

국립산림과학원 산림과학 지식과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보급하는 국책 연구기관입니다. 나무를 심고 가꾸며 이용하는 기술, 산불이나 병·해충, 산사태 등으로부터 보호하는 기술, 나무로 집을 짓거나 다리를 만드는 기술을 연구합니다. 또 생명공학기술과 나노기술 등을 활용해 산림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도 한답니다.

―나무로 지은 집은 정말 불에 약한가요. “아닙니다. 건축물 화재 피해는 주로 커튼·벽지·가구류 등이 탈 때 나오는 유해 가스에 의해 많이 발생해요. 나무는 열 차단능력과 불에 천천히 타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철근·콘크리트에 비해 오히려 대피할 시간을 벌어주죠.”

국립수목원 국내 최고의 산림생물종 연구기관입니다. 전국의 산림식물 조사·수집·보존 및 정보 등록, 국내·외 수목원 간 교류 협력 등의 일을 하죠. 한국식물분류학회와 공동으로 ‘국가표준식물목록위원회’를 구성해 식물 이름을 만들거나 표준화하죠. 산림교육·홍보와 경기도 포천시 광릉숲 보존도 맡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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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원에서 ‘이것만큼은 꼭 봐야 한다’면.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종 ‘미선나무(사진)’를 추천합니다. 별칭은 ‘하얀 개나리’. 개나리 꽃과 비슷한 모양의 상아색 꽃이 피고요, 열매가 선녀의 부채처럼 생겼다고 해서 미선(美扇 혹은 尾扇)이라는 이름이 붙었어요.”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 산림생명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품종을 심사하고 우수한 종자를 보호하고 기르는 기관입니다. 센터 산하 채종원에서는 매년 산림 조림용 종자의 40%를 생산해 전국에 공급하고 있답니다. 2020년까지 국제수준의 품종심사·종자생산 기관으로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최근 등록된 신품종은. “2015년 등록된 신품종은 총 29건으로 기린초·해국·부처꽃·구절초 등 야생화를 비롯해 꾸지뽕나무·산사나무 등이 있습니다.”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 자연 속 휴식공간인 국립자연휴양림을 만들고 운영하는 곳입니다. 전국 39개 국립휴양림에서 산림휴양·교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요. 지난해 11월에는 경기도 양주에 ‘아세안자연휴양림’을 개장해 아시아의 산림 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 했죠. 또 유아 숲 체험 프로그램, 산림체험·교육 등도 추진합니다.

―가장 인기 있는 휴양림은. “매년 20만 명 이상이 찾는 경기도 가평군의 국립유명산자연휴양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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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을 취재한 소중 학생기자단. 왼쪽부터 정상윤·황민주·장해라·이연우·정현우

글=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동행취재=이연우(부천 상인초 6)·장해라(아산 신창중 2)·정상윤(용인 대덕중 2)·정현우(용인 성지중 2)·황민주(서울 정덕초 6)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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