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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조상들의 「푸른 마음」을 보여준다 | 소박한 무늬 넣어 흰색 보완, 한국의 미 극대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작년에 「조선백자전I」이라 해서 조선시대의 순 백자만을 특별 전시함으로써 순박하고 소탈한 조선시대 사람들의 「하얀 마음」을 우리들에게 보여준 호암미술관은 이번에 또다시 「조선백자전」라고 해서 청화백자의 「푸른 마음」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조선시대의 백자는 바탕이 되고 있는 흰색만으로서 완성된 아름다움이기 때문에 그곳에다 청화나 다른 안료로써 문양을 그려 넣는다는 것은 더욱더 아름다울 수도 있지만 잘못하면 순진무구한 백색의 아름다움을 해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 호암 미술관이 보여준 청화백자는 번잡스럽거나 복잡하지 않은 테두리에서 바탕이 되고 있는 백색을 보완하는 미적 효과를 얻고 있다.
그것은 순백자가 허무나 공허같은 조선시대의 철학인 유교의 사상적인 배경 속에서 그들의 티 없는 마음씨를 표현하는데 비해서 청화백자는 최소의 표현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 미적인 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초기의 청화백자는 그것에서 사용한 회청이라는 재료가 희귀하고 어느 의미에서 금보다도 비쌌기 때문에 마음놓고 쓸 수 없고 꼭 필요 한데만 썼던 것이다.
이와 같은 회청의 희귀성은 표현에 있어서 최소한의 표현으로 최대를 얻는 결과를 가져왔던 것이다. 그곳에 드리워진 문양도 화초·새·어해·꽃나무를 비롯해서 선비들의 생활의 멋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간략하면서도 정확한 이들 그림의 표현은 전문적인 화가의 손을 빈 것 같은 우수한 회화도 있지만 한 가닥 가냘픈 풀의 표현은 도공의 순진한 솜씨라고 생각되는 것도 있다.
그리하여 조선시대 청화백자의 아름다움은 조선시대 사람들의 순박하고 소담한 「하얀 마음」과 그 속에서 생활의 멋을 창조한 「푸른 마음」이 엇갈려 있는 가장 한국적인 미의 세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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