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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 없는 보사부 도와 달라"호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도움없인 일 못해" 실토>
○…이해원 보사부 장관은 취임 50여일 만인 지난 8일 낮 정석모 내무부 장관 및·박배근 치안본부장 등 내무부와 치안본부 국장급 이상 간부들을 서울 시내 P호텔 중국 음식점으로 초청, 점심을 같이 들며 일선 손발이 없는 보사부를 도와 달라고 간곡히 호소.
보사부 국장급 이상 간부들도 참석한 이 자리에서 이 장관은 『장관직을 말고 보니 아무리 좋은 계획을 세워도 일은 각 시·도 공무원이 하기 때문에 이들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내무부의 도움 없이는 실효성 있는 보사 행정을 펴 나가기가 어려움을 알았다』며 손발 없는 설움을 실토, 거듬 협조를 요청했다고.
정 장관은 이 장관의 호소(?)에 『앞으로는 우리 일로 알고 잘 협조하겠다』고 답사를 하긴 했으나 내무부 간부들은 『보사부가 내무부 간부들을 한꺼번에 초청한 것은 정부 수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며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더라고 시사에 참석했던 보사부의 한 간부가 전언.
이 간부는 이어 정부 부처간의 일도 공문만으로는 잘 안 되는 것을 새삼 절감했다며 씁쓸한 표정.

<"소리 없이 해결해 줘라">
○…취임 후 50여일 동안 줄곧「주민과의 대화」와 「조용한 행정」을 강조해 온 정석모 내무장관은 최근 간부들에게 『주민들이 불평을 느끼는 사항 1백가지를 소리 없이 찾아내 소리 없이 해결해 주라』고 지시, 내무부는「주민 불편」이라는 별난 「보물찾기」(?) 운동으로 온통 법석.
그도 그럴 것이 갑자기 주민 불평 사항을 1백개씩이나 찾아낸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
간부들은 『평소 꾸중도 별로 없고 목소리마저 전례 없이 조용한데다 일선 행정기관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장관이라 지시가 떨어질 때마다 초긴장을 할 수 밖에 없다』며 각 시·도에 「보물찾기」를 거듭 독려.
한편 정 장관은 자동차 도둑을 뒤쫓다 중상을 입은 윤철중 경장(47)을 걱려하기 위해 지난 7일 관할 서장은 물론 파출소장도 모르게 서울 화곡동 일석 의원에 들어서면서 『다른 공무원들이 알면 우르르 달려 올테니 내가 왔다는 이야기를 누구한테도 하지 말아 달라』고 병원측에 당부한 뒤 윤 경장 가족에게 금일봉을 전달, 한참 동안 위로하고 떠났다는 후문.

<한시 택시 원칙은 불변>
○…한시 택시·화물 자동차 등 집단 민원 때문에 취임 초부터 편한 잠을 못 자는(?) 손수익 교통부장관은 최근 업자들의 집단행동이 재연되자 「30년 행정 경험의 무력을 통감」한다고 고민스런 심정을 토로.
손 장관은 『명색이 행정을 30년이나 했다는 사람이 택시·화물 자동차 문제 정도의 별것 아닌 매듭도 못 풀고 끙끙거리는 것을 생각하면 혼자서도 웃음이 나올 때가 있다』면서 그러나 『막상 풀자고 들면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게 문제가 얽혀 있어 결말이 나지 않는다』고 교통 행정의 딜레머를 설명.
손 장관은 『한시 업자들의 끈질긴 요구로 혹시 교통부가 또 원칙을 굽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현재로선 그럴 수가 없다』고 단호한 태도를 표명.

<「목동」 인기 없어 낭패>
○…서울시가 현지 주민들의 반대로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 추진해 온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의 2차 분양이 3순위에서도 20%나 미달되자 서울시 관계자들은 낭패한 표정이면서도 『단 3일만에 3천 7백여 가구가 나간 것은 성적이 좋은 편』이라고 강변.
우명규 목동 지구 개발 사업소장은 11일 『목동 아파트가 왜 미달 사태를 빚었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전체적으로는 4천 6백 56가구에 6천 8백 94명이 신청, 1.5대 1의 경쟁률을 보였으니 결코 인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제도상 신청 상황을 중간 중간에 발표할 수 없어 인기 층에만 몰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우 소장은 이번 분양을 통해 시민들의 입맛이 얼마나 까다로운가를 실감했다며 장사의 어려움을 실토하면서 사견임을 전제, 『목동 한 채 잡아 놓으면 내년 이맘때쯤 최하 1천만원은 덕을 볼 것』이라고 엉뚱한 전망.

<「대어」 낚아 축제 분위기>
○…전화 과외 회사인 「인커폰코리아」라는 대어를 낚은 서울 청량리 경찰서는 요즘 담당 계장 이하 직원들이 닷새째 뜬눈으로 밤을 새우는 바람에 녹초가 된 반면 서장과 수사 과장 등은 축하 전화를 받느라 즐거운 비명.
9일 사회 정화 위원회로부터 격려금 50만원을 받은데 이어 10일 하오 서장과 함께 치안본부장에게 보고 차 다녀온 수사 과장은 동료 과장들로부터 『너무 으스대지 말라』는 농담을 받자 『청량리 경찰서가 생긴 이래 서장이 치안본부장과 독대한 것은 처음일걸』이라고 응수.
이를 지켜본 직원들은 『서장 부임 1개월여만에 쾌거를 올린 것은 자랑할 만한 일이지만 독대가 처음은 아니다』며 자랑인지 불평인지 모를 말을 수군거렸는데 지난해에도 전임 서장이 전경의 여대생 추행 사건으로 치안본부장에게 불려가 독대를 한 적이 있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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